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유영미 역
갈라파고스
2007년 3월
사진출처: YES24
2007년 도서분류: 빈곤퇴치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살이 많이 불었다. 매일 앉아서 일하는데 운동할 시간은 부족하고 점심, 저녁 기름진 음식에 음주까지 늘었으니 살이 안 찔래야 찔 수가 없는 구조다. 결국 스물 여섯 해를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숫자를 체중계 위에서 맞이해야 했다.

이렇게 과다한 음식섭취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구촌 다른 한편에서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활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사회가 지금까지 그들로 하여금  '또다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실패해왔다는 말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미처 나와는 상관없을 것만 같은 또다른 현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때 우리는 인식의 오류와 맞부닥치게 된다. 마리 앙투와네트가 굶주린 백성들에 대해서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말했던 것처럼.

보기만해도 가슴이 아픈 아이의 모습을 표지 전면에 내세운 것은 썩 마뜩찮지만,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왜 지구상 60억 인구가 모두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중 절반이 극심한 기아와 싸워야 하는지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직면한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책의 설명방식은 저자가 자녀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내용 자체는 매우 급진적인 측면을 띄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일면 쉽게 읽히는 교육용 도서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최근 그렇게 각광을 받고 있는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를 통한 긴급구호로는 기아를 잡을 수 없다라고 잘라 결론내리고 있는 저자의 입장은 한기가 느껴질만큼 명확하다.

그는 기아를 몰고오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현미경을 갖다대 보여준다. 빈곤이 재생산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서 선진국 위주의 시장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조는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지면서 더욱 고착화된다. 이 과정에서 굶주리는 아이들보다 자본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글의 앞 뒤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해제가 담겨있는 것도 이와 같은 저자의 입장에 기인한 바 크다고 생각된다.

또다른 기아의 원인 내전과 전쟁을 일으키는 지역 지도자들, 즉 지역적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을 이끌 각 지역의 지도자들의 능력이 취약하며, 설혹 정치력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앞서 말한 국제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설만한 혁명가가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임을 저자는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자 상카라의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빈곤을 퇴치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건이 터진 후에야 사후처리를 하는 방식인 긴급구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빈곤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FAO, WFP등 국제기구들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이용하는 정부간 기구로서의 한계를 가진다. 다국적기업의 목표는 추가적인 이윤의 창출이지,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행복이 아니다. 그리고 빈곤국을 다스리는 국가일수록 국가 내의 거버넌스는 취약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까? 무엇이 해결책인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다 보면 인류는좀 더 나은 해결책을 손에 쥘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측면에서 장 지글러의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먼저 알지 못하면, 해결할 수도 없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7/05/26 11:40 2007/05/26 11:40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www.b4sunrise.pe.kr/tc/rss/response/81


블로그 이미지

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 배추돌이

Archives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255205
Today:
23
Yesterday: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