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과의 만남]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사회책임경영연구센터 안병훈 원장 입력: 2008년 01월 07일 18:04:15   -“지속가능 경영은 첨단 트렌드 아닌 생존 조건”-

올해 새 정부 출범으로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산업계도 그 변화의 바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경제·산업계의 변화는 지속가능성이란 담론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사회책임경영연구센터 안병훈 원장은 “지속가능성은 이제 첨단 트렌드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며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교수는 “기업 쪽에서 이런 진전이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가적으로는 ‘지속가능사회’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운하 건설, 7% 경제성장 등 새 정부의 목표지향적 정책은 지속가능사회와 역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4일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안원장을 만났다.


-지속가능사회란 아젠다가 확고해지는 것 같은데 올해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도입과 확산을 거쳐 이제 질적 변화 국면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 더 확산돼야 하지만, 우리 국민성과 겹쳐 ‘대세’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점차 그 내용에 신경쓸 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 ‘지속가능경영 2.0’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지속가능경영 1.0’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사회공헌, 윤리강령 제정 등 주로 외부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했지요.

반면 ‘지속가능경영 2.0’ 시대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조직 안으로 끌고 들어와 체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제적인 흐름인 지속가능경영은 근본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염두에 둡니다. 기업은 회사 가치를 올리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뭔가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지속가능경영을 이벤트화하는 데 머물면서 그 주체인 기업은 뭘 해야 될지 몰라 헤매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려면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전략, 부서업무에 스며들어가야 합니다. 기업의 대응이 아닌, 기업의 변화가 ‘지속가능경영 2.0’의 요체입니다.”

-‘지속가능경영 2.0’을 위해 그럼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학교를 예로 들어보죠. 그동안은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경영학부에 과목을 개설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마케팅 회계 생산관리 재무 등 여러 분야 과목에 지속가능 현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야 합니다. 기업으로 치면 기존 모든 부서 업무에 지속가능경영 원칙이 관철되고, 평가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죠.”

-좋은 말씀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데다 추가로 비용이 생겨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지속가능경영 2.0’에서 제시하는 대로 이 새로운 경영방침을 기업 전체에 침윤시키지 않는다면 기업은 미래 경쟁에서 도태됩니다. 지금처럼 특정부서에서만 지속경영을 맡는 형태로는 효과를 내기 힘듭니다.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밥상이라 생각하지 말고, 기존 밥상에 새로운 반찬을 추가해 식단 구성을 바꾼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속가능경영은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투명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출발점이며 재무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환경, 사회)를 추구합니다. 그 바탕 위에 이해관계자 그룹에 대해 법적 경제적 책임과 더불어 윤리적 책임 관계까지 구축하는 것을 사회적 책임으로 봅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이나 목적은 동일합니다. 이해관계자와 관련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는 거래관계로 맺어진 1차적 이해관계자(고객, 협력업체, 주주, 종업원 등)와 거래에 의하지 않은 외부적인 관계인 2차 이해관계자(사회, 환경, 지역사회 등)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최근 지속가능경영은 2차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잘못됐습니다. 종업원에게 잘하고, 고객에게 제품책임을 지며, 상생경영을 실천하는 것 등이 기업이 기본으로 해야 할 내용이죠.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게 1차 이해관계자입니다. 외국 추세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이사 등이 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합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시민단체 등 외부 요청에 따라 지속가능경영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필수과목을 소홀히 하면서 선택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애쓰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이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안홀트-GMI 평가에서 한국은 거의 최저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평가점수가 낮지요.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이슈로, 해외투자자들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오는 근거입니다. 어떤 국내 유수기업들은 평가가치가 청산가치나 비슷합니다. 기술가치, 브랜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데서 깎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지배구조, 노사관계 등 지속가능경영 항목에서 거의 최저점을 받았습니다. 반면 이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비교적 간단한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한국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이 한국 기업의 취약점을 용이하게 보완해 줄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지속가능경영 이슈만 해결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단박에 만회할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시가총액 상위권에 속하는 어느 대기업에서는 사회이사추천 위원회에 그룹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영리하지 못하다는 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지속적으로 개선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 장차 프리미엄까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해외 자본에도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도입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새로운 추세 중 하나는 대표적인 국제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지속가능경영 도입으로 제거되면 장기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지요. 예컨대 영국 장기투자 사모펀드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는 특정분야에 부족한 기업에 지속가능경영을 접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턴 어라운드) 방식의 장기투자를 한국에서 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이 널리 보급되면 우리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강한 해외 자본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배구조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동안은 재무학자들이 재배구조를 평가했습니다. 주로 이사회 독립성을 중심으로 논의했죠. 지속가능경영에서 말하는 좋은 지배구조는 독립적이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이 관철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10~20년 중장기 가치를 추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집단이 회사 내부·외부에 존재하는가가 전제돼야 합니다. 기업의 법적 주인은 주주입니다.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진정한 주인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관심을 두고 제고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입니다. 한국 기업들 가운데는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이 없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집단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속가능경영에 왜 ‘주인’이 중요한가요.

“진정한 ‘주인’이 없으면 윤리경영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죠. 경영진은 임기실적에만 연연하고 주주들이 매각가치에만 연연할 때 많이 그렇습니다. 투명경영이니 윤리경영이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총수, 종업원집단, 펀드 등도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재벌체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강력한 반론이 예상됩니다.

“당연합니다. 독립적이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이 관철되기 위한 전제로서 ‘주인’이란 개념이 재벌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가능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견제장치 없이 총수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토록 한 시스템은 진정한 의미의 주인이 없는 것입니다.”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상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주주들이 ‘주인’으로 자격이 있다고 봤을 때에 주주자본주의가 정당하죠. 주주들 가운데 ‘주인’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회사의 항구적 이해관계자가 아닌 단지 투자수익만을 생각하는, 초기 주주자본주의에서 상정한 것과는 다른 유형의 주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해관계자 가운데서도 진정한 ‘주인’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가능한 얘깁니다. 예를 들어 기업 창업 초기부터 참여해 평생을 바친 종업원들은 기업 가치에 많이 신경을 쓰고 기업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퇴직자도 ‘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경영을 맡으면 임기가 3~4년이라도 10~20년 후를 염두에 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지요. 서구식 머니게임에 능한 경영진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단기 주가, 실적만 염두에 두는 것은 진정한 주인이 아닙니다. 경영의 주인이 아닌 대상으로서 이해관계자를 파악할 때도 같은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젠슨 교수는 맹목적인 이해관계자 경영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다른 이해관계들만 챙기는 건 불손한 나눠먹기에 불과합니다. 이해관계자 경영은 전체적으로 기업가치가 향상되는 방향에서, 또 주가상승으로 주주에게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기업의 자율을 중시하는 새 정부 출범으로 지속가능경영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지속경영은 세계추세이고, 자본시장의 요구입니다. 정부특성이나 방침의 이슈가 아닙니다. 새 정부가 친 기업정부이기 때문에 강압이 줄어들어 오히려 더 제대로 된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요청이 더 거세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강조할 점은 새 정부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구축하는 쪽으로 목표를 삼기를 바랍니다. 대운하 건설, 7% 경제성장 등 목표지향적 정책이 많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소지가 보입니다. 어디를 누르면 어디가 튀어나옵니다. 정부 운영은 기업경영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안병훈은 누구?

안병훈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사회책임경영연구센터 원장은 우리 학계에서 일찍부터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갖고 천착한, 이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과학(ESS)과에서 박사를 받았다. 1978년 카이스트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 96년엔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설립하면서 초대 원장을 지냈다. 게임이론과 시장설계를 이론적으로 연구했고, 이것을 에너지정책과 환경 분야에 접목하면서 지속가능성 쪽으로 시야를 넓혀 국내에 지속가능경영을 체계적으로 도입했다.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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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08년 1월 7일자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에 올해 사회적기업전문가를 위한 트랙이 추가됐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01/09 11:16 2008/01/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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