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시각은 금요일 저녁 10시 30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회사 선배들도 조금 전에 퇴근해 사옥에 혼자 남았다. 사내 메신저에도 등록된 100명 중 혈색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주말에는 집에 가는 혹은 서울에 가는 KTX를 탔어야 정상이지만, 내일 대망의 운전면허 시험을 위해 광주에 남았다. 호젓하다. 좋다.
오늘이 13일, 광주에 내려온 지도 한 달이 지나간다. 아직 업무가 숙달되지 않아 하루에도 몇번씩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는 있지만 그럭저럭 회사에, 팀에 어느정도 적응해가고 있다. 뭐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마주치게 되니 친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선배들의 사람됨이 좋아서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탓이다.
이번 주, 광주역에 내렸을 때 사진을 찍었다. 매주 마주치게 되는 기차역 풍경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아침 햇살이 눈이 시리도록 시원하게 내리쬐였기에 폰카로라도 그 광경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번 한 주, 열심히 잘 살아봐야지!'
5일이 지났고, 그 사이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마케팅 팀으로 파견을 나갔고, 광주 시내 대리점들을 돌아다녔고, 회의에 참석했고, 엑셀 시트를 뒤적거렸고, 본사로 팩스를 보냈고, 아침에는 운전면허 학원도 갔다. 하지만, 머릿 속에는 그것보다 100배는 더 많은 생각들이 지나쳤으리라.
스물 다섯 해를 살았고, 하루 하루를 계속 살아가고 있다. 많이 살았다고는 결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어린애인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런 실수들을 두 번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안다. 많이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실수들을 되풀이하고싶지 않을 뿐이다. 그럼으로써 조금이나마 더 사람다운 인간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FTA는 개별 국가간의 무역 장벽을 낮춤으로써 좀 더 넓은 상품시장을 공유하려는 노력이며, 그것은 비교우위의 원칙에 입각해 시장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기본적인 경제학 논리에 바탕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FTA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그것이 이론적으로는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현실사회에서는 다른 여러가지 조건들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이라고 해서 다른가? 시장 운영에 연관되어 있는 각종 규제와 장벽을 허물면 분명히 그 속에서 생산되는 전체적 가치의 합은 (+)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퇴출되는 다수의 소수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형점들간의 경쟁이 점차 격화될수록, 소형점들은 입지가 좁아짐은 물론, 폐업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다. 시장의 원칙을 앞세운다면 퇴출은 분명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한 논리 속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활동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 그 사실을 잊을 때가 너무 많다.
참으로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을 책으로 읽을 때와, 현장에 맞닿아 있으면서 피부로 느낄 때와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것이었다.
정민, 2007년 4월 한 주 동안 140만여 명이 사는 대한민국 광주에서 통신시장 동향을 살피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