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사무실 내 자리에 큼지막한 세계지도를 깔아두었다. 그동안 다녀왔던 나라들과 경로를 빨간색 파란색 펜으로 표시해두었더니 회사 선배들과 동료들이 꽤나 흥미로워하며 찾아봐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지도를 깔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을 때부터였는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때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스티븐슨의 '보물섬'이었을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세계일주를 꿈꿔왔다. 막연히 '어른이 되면' 세계를 무대로 살아야지... 하면서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은 스물 여섯인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돌아가더라도 지금까지 결국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아왔다. 계속 가슴속에 꿈을 품고 있는 한, 꿈이 현실이 될 날은 반드시 오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도와 함께 온 짧은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Your dreams begin from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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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vs 김남희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거의 매일을 새로운 곳에서 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떠돌이의 생활. …나는 어떻게 타고났는지 이 불확실성과 낯섦을 대단히 즐기는 편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한 발쯤 앞선다. ”(한비야)
“일출이나 일몰보다는 해뜨기 전의 미명, 타는 듯 붉은 노을을 남기고 태양이 사라진 후의 잔영 이런 것들이 나를 사로잡고는 했다. 삶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도 어쩌면 무언가를 이루고 난 뒤의 허망함, 패배 후의 씁쓸한 교훈 이런 것들이 아닐까.”(김남희)
뛰어들기, 빈둥거리기
1990년대부터 세계 배낭여행이라는 달콤한 꿈이 한국인들의 잠자리를 적시기 시작했다. 한비야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이며 선지자이며 예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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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부터 살펴보자. 한비야는 1993년 “한 3개월 휴가를 주면 그 바람기 잠재우고 올 수 있겠어?”라고 묻는 직속상관에게 사표를 내민다. 세계여행은 오래전부터 계획한 인생의 주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와 생활비까지 대며 대학에 들어갔고, 그때 알게 된 미국인의 도움으로 유학을 떠났다. 어느 순간에도 아버지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에게 삶은 최선을 다하는 것, 목표를 높게 잡고, 실천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여행을 통해 자기 한계의 지평선을 열었다고 말한다. 10년 뒤 김남희는 아시아부터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여행을 열흘 남짓 남겨놓고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친구에게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는 왜 소박한 일상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왜 떠나는 거냐고 물을 때 그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한비야가 자신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면 김남희는 자신을 버리기 위해 떠난다.
한비야는 오지여행을 다룬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2·3·4권과 중국 여행기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국내 여행기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긴급구호 활동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을 펴냈다. 김남희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1·2·3권을 펴냈다. 두 사람의 행보가 겹치는 지역 중 라오스와 버마를 여행해보자. 한 번은 한비야와 함께, 한 번은 김남희와 함께.
1997년 4월 한비야는 타이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간다. 2003년, 김남희도 육로로 라오스에 들어온다. 한비야에게 라오스는 흥분되는 가슴을 안고 찾아가는 “오지여행가의 천국”이다. 김남희에게 라오스는 “내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는, 하릴없이 빈둥거릴 수 있는” 나라다. 한비야는 태평스럽게 트럭 뒤칸을 빌려타고 신년 축제를 보기 위해 란상왕국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으로 간다. 최신식 물기관총을 하나 사서, 행인들에게 물을 퍼부어대는 그곳의 축제를 흠뻑 즐긴다. 그는 억척스럽게 현지인의 삶 속에 뛰어든다. 루앙프라방에서도 정월 초하루 전통적인 가족행사인 바시에 참석한다. 악명 높은 라오스 화주로 속을 불태우면서 그곳의 가족들에게 정을 붙인다. 김남희는 숨이 턱턱 막히는 버스 속에서 짜증내고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수도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이동한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듯 야시장을 어슬렁거리기만 한다. 유일한 욕망은 바게트빵뿐. 유격훈련식 여행을 싫어하는 탓에 더디고 더디다.
... 계속 [원문보기]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