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 inserted image

City of Joy(La Cite De La Joie), 1992
프랑스, 영국, 미국 / 드라마 / 135분 / 국내개봉 1993.07.03
감독: Roland Joffe
주연: Partick Swayze, Pauline Collins, Om Puri, Shabana Azmi

다카와 콜카타 여행을 다녀와서 이것저것 제쳐두고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왜냐고?

10년 전, 고교 1학년 때 써 두었던 감상문이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


우리는 참으로 힘들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듯 싶다. 때론 너무나도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렇게 힘든 만큼 기쁨도 크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니 새벽 세 시이다. 내일 학교에서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의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이 벅찬 감동이 내일 아침과 함께 사라질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이렇게나마 몇자 적어보고 싶었다.

맥스(패트릭 스웨이지)는 미국에서 환자를 살리는데 실패하고 자신의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해 인도로 오게 된다. 밤거리에서 폭행을 당해 깨어난 곳은 '기쁨의 도시'라는 무료진료소. 다시는 의술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꺾고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살아나간다. 돈을 요구하는 아쇼카 일당이 그들을 위협하지만 맥스는 '기쁨의 도시' 사람들을 설득하여 아쇼카 일다에 대항하고 새 보금자리를 꾸민다. 그것은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고 사람들은 곳곳에서 테러의 위협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꿋꿋이 싸워 이겨내고, '하사리(옴 푸리)'는 그들의 가족을 큰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아쇼카에게서 지켜낸다. 마침내 하사리의 딸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부상을 입은 하사리는 맥스의 부축을 받으며 고난 속에 기쁨이 있다는 말을 남긴다.

이 세상엔 약자가 강자보다 훨씬 많다. 그것이 정상이고 우린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카스트 제도에 수 천년간 길들여진 인도는 약자가 강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주 정상적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계속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으면서 살 수는 없다는 것. 항상 고개를 숙이고 살면 고개를 펴려 해도 굳어져 펼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것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있다. 약자나 강자나 모두 동등하게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약자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어렵게 살아나가며 강자에게 당해야만 하는가. 하사리와 그의 가족들은 너무나도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다. 너무나도 안타깝게 그들은 당하고 있었다. 그들 뿐만이 아니라 아쇼카에게 '보호'라는 것을 받던 사람들은 모두가 다......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평화', 그것은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전혀 슬프지 않는, 너무나도 기쁜 장면에서... 난 이 세상에는 악인보다 선인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기쁨의 도시에서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 집처럼 지내는' 그들은 아름다웠다. 새로운 진료소를 만들고, 하사리가 법정에서 50루피가 없어서 구속될 지경에 이르렀을 대도 그들은 서로가 도우며 아끼고 사랑했다. 고난을 이겨낸 것은 서로간의 사랑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을 끝까지 지탱하게 해 준 가장 큰 힘이었다. 문득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그런 참된 사랑을 나누어본 적이 있을까...

지금도 저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는 일 분에 스무 명 남짓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세상에 도움이 전혀 되지않는 사람들도 활개치며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끔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자원봉사자나 의료단이 가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의술을 배워서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베푼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뜻있는 일일 것 같다. 마치 패트릭 스웨이지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인도의 빈민들,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얻듯이...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슈바이처가 자신의 모든 명예를 뒤로 하고 아프리카로 간 것과도 일맥 상통하는 일일 것이다. 인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일에 자신의 목적을 두고 살아나갈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에게도 그런 숭고한 목적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새록이 생겨나기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 전반에는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흐르고 있다. 남녀간의 사랑? 아니다. 서로간에 주는 그런 사랑도 아름답지만 난 그보다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아가페적인 부모님의 사랑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다.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그리고 지극한 하사리의 부서애는 이 작품을 아릅답게 해 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아버지가 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매일매일 부딪치면서도 그분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비단 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어버이날에만 상기하고 글로 몇 자 깨작거리는 건 당신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줄 안다. 부모님들께서 나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오직 내가 행복하게 되는 것일 게다. 힘든 회사일을 마치시고 밤늦게 아들을 태워가시느라고 차 안에서 매일 새우잠을 주무시는 아버지,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봉투를 접고, 공장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면 나에게 주어진 일에 더 충실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가지 못해 그분들께 짜증을 내고 만다. 난 어쩔 수 없는 '놈'인 것일 테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하여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것만은 알고 있다.

맥스는 영화에서 그토록 갈구하던 인생의 목적을 찾았다. 자신의 조국보다 훨씬 뒤떨어진 후진국 인도라는 곳, 그러나 인간 본래의 따뜻함은 오히려 더할 지도 모르는 그 곳에서 그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며 살아나가기로 결정한다. 내 인생의 목적, 난 그것을 찾기 위해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이 인생을 어떻게 하면 더 뜻깊게, 아름답게, 보람있게 살 수 있을까? 나의 진로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나의 적성을 좀 더 깊이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음으로 해서 난 좀 더 많은 선택의 폭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깊게 생각해보자. 어떤 방향이 나에게 평생을 웃음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할 것이며, 내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할 것인가. 신중히 생각하고, 충분히 생각할 일이다. 그동안에 내 인생의 목적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목적을 깨달을 때까지 세상을 넓게 조망하는 눈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오래간만에 가슴을 뜨겁게 해 준 영화였다. '신작이 아닌데...'하고 망설였더 느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서로간의 사랑을 깨닫고, 따뜻한 인간애를 맛보면서 난 내 자신의 그 '목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을지도 모르겠다.

1997년 11월 2일 새벽
 

-------------------

영화를 보고, 문득 예전에 감상문을 써 두었던 것이 생각나 책장을 뒤져보다 찾아냈다.
고1 가을, 문/이과 선택을 앞두고 고민을 했던 시점이어선지 진로에 대한 고민도 보이고, 첫 번째로 쓴 영화감상문이니 꽤나 감동이 깊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영화 감상문이 'Beyond Rangoon'인 것도 그런 연장선 상일 것이다.

놀라운 것은, 감상문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고 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생각했던 것이 이후 하나 하나 내 앞길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항상 해왔던 생각들을 내가 10년 전에 글로 써 두었을 줄은 미처 나도 알지 못했었다. 무의식속에 항상 이 글이 존재해왔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번 남아시아 여행을 계획한 것은 바로 그 무의식 속의 이 감상문일 것이다.

어느 새 10년이 지났다.
지금 나는 1997년의 나로부터 얼마나 나아갔는가?
다시금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볼 시점이다.



* 갤러리에 사진 업데이트 완료.

  사진보기 클릭

Posted by 배추돌이

2007/07/29 17:16 2007/07/29 17:16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www.b4sunrise.pe.kr/tc/rss/response/117


블로그 이미지

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 배추돌이

Archives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255124
Today:
28
Yesterday: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