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읽은 50권의 책















2009년 한 해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는 꼭 50권을 읽자고 다짐을 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비슷한 목표를 세웠는데 목표를 이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이어리에 날짜를 적어두곤 했다. 비록 매번 독서일기나 노트, 블로깅은 못하더라도 한번씩 내가 무슨 책을 읽었었는지는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1년이 지난 후 다이어리를 다시 들춰보니, 지난 한 해동안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 관심을 가졌던 지점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대략 이해가 된다. 1년동안 과연 책을 통해서 얼마만큼이나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지식과 조언이 갈급했던 순간 순간마다 책이 있어 안도하고 행복을 느꼈다. 

숫자에 얽매여서는 안되겠지만, 내년에는 비야 누님처럼 연 100권에 도전해볼까?
몰아 읽은 달 페이스만 유지하면 안될 것도 없을 듯... ^^

1월 - 사회적기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던 때라 읽은 책들도 관련도서가 많았다. SK의 사회적기업 포털 '세상닷컴'의 멤버포인트 '보노보포인트'는 '보노보혁명'에서 힌트를 얻어 작명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회적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보노보혁명'은 우선적으로 읽히는 책인 것 같다. 그리고 새해를 맞으며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 위해 좋아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고 '나무야 나무야'를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 해를 맞는 자기만의 방법 중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다시 한 번씩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1. 보노보 혁명
2. 미래사회를 여는 변화의 물결
3. 나무야 나무야





2월 - 연초계획 '신영복 다시 읽기' 의 연장선상에서 세 권을 더 읽었다. 그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영인본인 '엽서'를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영인본으로 읽으니 그 당시의 느낌이 더욱 절실히 다가오기도 했고, '감옥...'을 처음 읽었던 고교생 때와는 달리, 선생님께서 수감되셨을 당시 나이와 지금의 내 나이가 비슷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4. 엽서
5. 강의
6. 처음처럼




3월 - 1월에 와타나베 나나의 책 중 다른 한 권을 찾아 읽었고, 슬슬 마케팅 관련도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케팅고전 중 한 권을 읽었다. '체인지메이커' 역시 사회적기업 사례의 나열이라는 점에서 '미래사회...'와는 큰 차별점이 없었다. '마케팅불변의 법칙'은 비록 사례가 과거 사례가 많고 쓰여진 지 오래되어 이미 사라진 기업도 많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마케팅 포인트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7. 체인지메이커
8. 마케팅불변의 법칙



4월 -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갖고 있어 유누스 박사의 책을 읽었고, 언젠가는 나중으로 잠시 미뤄둔 '번역' 일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관련 실용서를 집어들었던 봄이었다. 과연 언제쯤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번역작업을 할 수 있게 될까? 그러자면 손놓았던(!) 번역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데 말이다.

9. 나도 번역 한 번 해 볼까?
10.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5월 - 일본전산이야기는 회사에서 강제로(!) 읽혔지만 나름 어디든 인재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함의를 제공해주었던 경영서였고,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은 일간지 서평에 눈이 가서 읽었던 실용서였다. 두 권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고 장영희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주었던 정서적 감동만큼은 아니었던 듯. 감동이 부족했던 지 그동안 아껴뒀던(!) 공지영 작가의 위로 3부작 중 마지막 남은 '괜찮다 다 괜찮다'도 마저 읽었다.

11. 일본전산이야기
12.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3. 괜찮다 다 괜찮다
14.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6월 - 만화에 빠졌던 여름, 벼르고 별렀던 고우영 삼국지를 완독한 데 이어 내친김에 my favorite 김혜린 작가의 '북해의 별' 애장판 구입! 고교시절의 감동을 살리며 다시 읽었다. (고 고우영 작가와 김혜린 작가의 작품들은 단언컨대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중고서점에서 저렴하게 '현의 노래'를 살 수 있어 좋았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다소나가 없애 준 '나의 이슬람'을 우연히나마 신문 서평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15. 고우영삼국지
16. 북해의 별
17. 현의 노래
18. 나의 이슬람







7월 - 어렸을 적 '먼나라 이웃나라'를 끼고 살았던지라,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주는 이원복 선생님의 책들은 특정 분야의 입문서로서 좋다는 입장이다. '와인..'도 그런 류의 책이었다. 이언 매큐언의 '체실비치에서'는 짧은 분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강한 임팩트를 결말부에 보여줘 그야말로 최고의 애정소설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좋아하는 작가인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는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는데 언제나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19.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20. 체실비치에서
21. 일기일회



Daum책 - 체실 비치에서

체실 비치에서

저자
이언 매큐언
역자
우달임
출판사
문학동네

어톤먼트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타임스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최신 장편소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젊은 신혼부부의 성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깊게 그려내고 있다. 프리섹스와 록음악,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세계를휩쓴 해방의 시대를 바로 목전에 둔 시절, 자유로워지길 갈망하지만 아직 보수적인 의식을 벗어던지지 못한 젊은 남녀가 첫날밤에 직면한 성과 사랑의 이야기가 덤덤하게 펼쳐진다.1962년 초여름, 런던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청년 에드워드 메이휴와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오중주단의 수석 연주자인 플로렌스 폰팅이 결혼식을 올린다. 이십대 초반의 사랑스러운 젊은 커플은 안개가온통 해변을 휘감은 따뜻한 칠월의 어느 날, 체실 비치의 외딴 호텔로 신혼여행을 온다. 첫날밤을 앞둔 두 사람은 각자 고민에 시달리게 되는데... [양장본]▶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인간의 약함과 그것으로 빚어진 슬픈 운명. 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은 이언 매큐언의 오랜 주제다. 무심한 듯 흘러간 과거의 한 장면, 전형적인 듯 보이기도 하는 한 줄 한 줄의 덤덤한 서술이돋보이는 작품이다.


8월 - 휴가기간 중에 야심차게(!) 영어소설을 도전했으나, 결국 휴가 내내 절반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그 결과 한 달 동안 읽은 책은 달랑 한 권 뿐. 그래도 '서른살...'은 독서를 생각하는 관점을 바뀌게 해 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책이다.

22.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9월 - 회계학자와 도보여행가, 윤리철학자, CEO 등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 혹은 독특한 경험을 통해 삶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들이었다.

23. 숫자로 경영하라
24. 나는 걷는다 3
25.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26.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10월 -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빈곤문제와 아프리카 관련 도서들을 정독할 시간을 많이 만들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도 비례하여 커졌다. 그리고 하루종일 집중해서 책을 읽으면 다섯 권도 읽을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을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비야 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의 신간, '그건 사랑이었네'는 전작들보다 더욱 포근해진 필치로 두배는 더 삶의 동력을 제공해주었다. 김훈 작가의 '공무도하'는 삶의 비루함조차 품어낼 수 있도록 하는, 김용택 시인의 '사람'은 내 주변 소중한 이들에 대한 애정을 재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라이터는 여행작가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 준 책들이었다.

27.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
28. 헉 아프리카
29.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30. 그건 사랑이었네
31. 슈퍼라이터
32. 공무도하
33. 사람
34. 나쁜 사마리아인들










11월 -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동이 살고 있는 말리로 이어졌고, 조금은 지루했지만 이스털리의 번역서도 몇번의 시도끝에 무사히(!) 다 읽었다.

35. 배우 최종원, 세상 끝 말리를 가다
36.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




12월 - 시간은 화살보다 더 빠르다. 5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열 네 권이나 남은 채로 12월을 맞았다. 올해는 꼭 목표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월초부터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개중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 많았는데, 일과 삶 모두에서 사람의 심리가 차지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동기가 되었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의 서간집인 '아주..' 역시 흥미로운 책이다. 음악과 공학, 문학과 의학을 동시에 업을 삼고 있는 두 사람의 교감이 이뤄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37.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38. 인생기출 문제집
39.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
40. 국제개발협력의 이해
41. 아주 사적인, 긴만남
42. 여행도 하고 돈도 버는 여행작가 한 번 해 볼까?
43. 프레임
44. 좋은 이별
45. 지식의 미술관
46.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오늘은 12월 26일, 올해가 지나가려면 아직 5일이 남았고 독서목록 숫자는 '46'에서 멈춰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50권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

Posted by 배추돌이

2009/12/26 23:26 2009/12/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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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정권 집착' 풍토가 盧서거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표적인 진보 성향 학자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28일 "민본(民本)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정권을 지키는데만 집착하는 정치 풍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에서 같은 학교 교수들과 함께 조문하고 나서 "분향소에 모인 수많은 시민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정부 분향소를 가지 않고 시민 분향소에 모인다는 사실도 이 같은 정서를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정서를 억누르면 큰 앙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문 분향소엔 23일부터 오전 10시30분 현재까지 8만7천여명(경찰 추산)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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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양복을 입고 퇴근 후 전주 시내 분향소에서 회사 직원들과 함께 헌화를 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바삐 국화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전주에서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습은 처음 봤을 만큼 많은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고 있었다.

신 선생님을 처음으로 뵈었던 작년 정월 더불어숲 북악산 산행 때, 선생님께서 경복궁을 내려다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우리는 저 아래 궁궐 속에서 수백년간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그러한 정권다툼 속에서 민중은 얼마나 많이 소외되어 왔는지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내일 노무현 대통령님 영결식이 경복궁에서 이뤄진다 한다. 그이의 마지막 소망처럼 화해와 용서가 우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람사는 세상이 땅에서 펼쳐지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9/05/28 22:52 2009/05/2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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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단체들, 촛불정국 때 조직키우기 고민
 지배하려는 오만 버리고 약자와 연대해야"
 

[현장] 신영복 교수 신년 특강... 진보에게 '성찰'이 필요한 이유
이승훈 (youngleft) 기자

2009년 여전히 거리에서는 해직 교사들이 생이별한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해직 기자들은 찬바람 속에 '낙하산 반대'를 외치고 있다. 또 정부의 대운하 음모를 폭로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징계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며 한 손으로는 비정규직 확대와 최저임금 삭감안을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1% 강부자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대규모 감세 선물을 안겨줬다. 마스크를 쓰고는 시위를 할 수 없고 국가 권력이 개인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 내역을 맘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황당 시추에이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여론의 독과점을 불러올 특정 신문과 재벌의 방송 진출도 머지않아 보이는 긴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뭐냐고 묻는다면? '싸움'이라는 답이 나오기 쉽다. 때문에 요 며칠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고 민생을 파탄 낼 정부의 '삽질'을 막아내기 위한 싸움이 치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같은 물음에 다른 답을 내놨다. 지난 8일 저녁 7시 희망제작소에서 마련한 신년 특별 강연에서 그는 '싸움의 시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나 '성찰'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마당 한가운데 앉아 자신을 부단히 바꾸기 위한 '성찰'을 하라니, 현실에 바로 적용할 날 선 비판과 현실적 대안을 기대했다면 한숨이 터져 나올 수도 있겠다.

'싸움의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
   
신영복 교수는 정말 현실엔 무관심한 '성찰의 전도사'인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진보의 실패 원인과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직접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함의는 그렇게 읽혔다. 민주화 세력이 2번 집권했지만 대중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며 독재정권의 향수에 빠지는 등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 기존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을 각자의 몫으로 남겼다. 무엇보다 사회를 개혁하는 일, 그리고 그 전제가 되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꾸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바꾸어 가는 것은 대단히 긴 여정입니다. 예전에 정치권력을 획득하면 단기간에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후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모두 실패하지 않았나요.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했던 정치권력이 나치와 소련의 프롤레타리아 독재였는데 모두 사회를 바꾸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단 한 번의 개혁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사회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조금씩 조정하면서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신 교수는 조급증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긴 여정을 나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념'이 아니라 '양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1960년대 학생 운동을 할 때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실천가'의 덕목을 정해 봤습니다. 진보적 사상을 가질 것, 사명감을 가질 것, 조직력과 설득력이 있을 것 등이 꼽혔는데 이런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감옥에 있을 때 이 친구들이 뭘 하고 있을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출소 후 수소문해 봤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다들 다른 분야에 가서 돈도 벌고 출세를 했더군요. 그 자리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예전에는 별 볼일 없어 보였던 친구들, 이념적 결단이 아니라 고생하는 친구들 보기 미안해서, 돕지 않으면 양심에 거슬려서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런 양심을 내면에 품기 위한 방법으로 신 교수가 제시한 것이 바로 '성찰'이다. 이를 통해 진보운동의 패러다임을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기나 긴 변혁의 길, 이념 아니라 양심 있어야

신 교수는 특히 성찰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감옥에서 보낸 20년의 세월 동안 탈근대의 과정을 다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동료 수감자들을 대상화, 타자화해서 관찰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좀 듣고 나서는 '아, 나도 그런 부모를 만났으면 저렇게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존과 이해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공장에서 나이 많은 목수가 집을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 목수는 나와는 반대로 주춧돌부터, 그러니까 집을 짓는 순서대로 그리더군요. 집을 책에서만 본 나 같은 사람은 지붕부터 그리는데 직접 노동을 통해 집을 지어본 사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본 후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차이를 경험하고 나를 변화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죠."

신 교수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반가운 기회로 맞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들뢰즈를 인용하고 똘레랑스(관용)의 한계도 명확히 지적했다.

"똘레랑스에는 강자의 자기동일성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소수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강자의 논리에 흡수될 것이라는 오만이 스며 있는 것입니다. 차이를 만나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부단히 변화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들뢰즈는 '소수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자기 것을 영토화하고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자기 것을 버릴 수 있는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반성과 변화가 없으면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을 잘 하지 않는 신영복 교수지만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에도 날을 세웠다.

"운동단체들도 차이와 다양성을 승인하지 않고 흡수와 지배를 통해 자기 동일성을 관철하려고만 합니다. 촛불 집회 때도 그랬죠. 촛불을 든 많은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자신의 다양한 목소리를 발하고 있는데 운동단체들은 촛불의 성과를 단체의 조직을 키우는 데 퍼담을 수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저는 운동단체들을 만나면 하방연대(下方連帶)하라고 강조합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남성은 여성과, 노동자는 농민과, 즉 자신보다 약한 상대와 연대하는 것이 힘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강자와는 연대가 아니라 추종이고 복속일 뿐이죠."  

"누구는 이끌고 누구는 따라가는 방식은 옛날 방식"

신 교수는 소수의 차이를 변화의 기회로 삼기보다 차이를 흡수하고 지배하려는 세불리기는 낡은 '웹1.0 시대'의 방식이라며 새로운 행동론으로 '여럿이 함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누구는 기획하고 이끌고 누구는 뒤에 따라가는 방식은 옛날 방식입니다. 함께 가면 길은 나중에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이게 웹 2.0시대에 맞는 사고입니다. 누가 지시해서가 아니라 같이 고민하면서 가는 것이죠.

그리고 먼 길 가는 사람은 목표의 정당성이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동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빛나는 성과를 기대하며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걷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껴야 하는 것이죠. '길'은 무작정 속도를 내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도로'가 아닙니다. 길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자기의 흔적도 남겨야 하고 코스모스도 봐야죠."
 
 
2009.01.09 15:28 ⓒ 2009 OhmyNews
 
 

Posted by 배추돌이

2009/01/09 18:11 2009/01/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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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요새 퇴근하고 집에 오면 '신영복의 엽서'를 읽는다.
신선생님의 베스트셀러(?) 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엽서 영인본이다.

선생님께서 40년 후 우리 또래로 태어나셨다면
포털 1면을 주름잡는 파워블로거가 되시지 않았을까 할 만큼(!)
유려한, 하지만 진실한 문장들의 향연이 누런 종이 위에서 펼쳐진다.

책이 크다.
비단 배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영어의 몸이 된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정신적 과정이
실제 종이에 꾹꾹 눌러 쓴 필체를 통해 내게 그대로 전해진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하루동안 내가 겪었던 소소한 어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자못 사치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12/11 10:35 2008/12/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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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퇴근 후 내내 붓과 화선지랑 놀고 있다.
토요일에 서도반에 갈 때 글씨 두 점을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서로 쓴 '格物致知'와 해서로 쓴 '天下無人'이 바로 그 두 점-
지난 일 년동안의 성과를 내거는 마지막 행사인 전시회를 위한 것이고,
신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전시회에 낼 지 말 지를 결정하실 것이다.

그런데 수요일 저녁인 오늘까지, 낼 만한 작품이 없다.
당연하게도, 평소에 연습을 안했기 때문이다.
연습은 커녕 토요일에도 밥먹듯 빠졌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되돌이켜보면, 그랬던 적이 적지 않다.
잘하는 것보다는 잘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고,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흥미있는 척 하다가 조금만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면
쉽게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경영학으로 치면 '캐즘'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꾸준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하루하루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1년, 2년, 3년 쌓이고 쌓이면
그 세월의 두께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반대로 그것들을 단시간에 해내려 한다면 엄청난 난관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요컨대 토끼는 결코 거북이를 이기지 못한다는 우화의 의미를
또다시 지금에서 곱씹고 있다는 것인데,
서른을 앞둔 나이에 자못 부끄러울 뿐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토요일 오후까지는 어떻게든 두 점을 내야 할 터이다.
실력이 부족하여 결국 못내는 한이 있더라도,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보련다.
한번이라도 더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행복이다.


근데, 그래도 신선생님 글씨쓰시는 거 동영상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OTL...


Posted by 배추돌이

2008/11/26 23:56 2008/11/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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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성장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유기체이다. 성장이 정체된 회사는 결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으며 결국 도태되고 만다. 각 기업들이 매출증대와 신규사업발굴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개별 기업차원에서 이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들이 성장할 수는 없다. 결국 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든 아니든 약육강식이 펼쳐질 수 밖에 없고, 적절한 세력균형을 이루는 몇몇 기업들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균형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기존의 체제를 뒤엎는 기업들이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다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가치창출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끝없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신화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한 자양분을 제공했지만, 최근 등장하는 환경문제나 금융위기 등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에 좀 더 무게를 실리게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이와 같은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수 있을만큼 인간의 창의력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혹은 지구 밖에 있는 우주에서 성장의 바탕이 되는 또다른 자원을 찾아서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간의 지능에는 한계가 있으며, 물질적인 자원 역시 한정적이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서는 일단 욕망과 탐욕을 절제하고, 무엇을 위해 성장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은 원점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인류가 지나온 길, 그중에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자는 입장이며, 그 원점의 시작은 결국 인간이다.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이 인간과 우주, 삶의 목적에 관한 문제로 회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인문학이 최근 각광받는 원인일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만약 인문학에 대한 최근의 관심이 '보다 높은 성장'을 위한 '창의성 발견'의 차원에서라면 그러한 인문학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참된 가치는?

그걸 모르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는 것 아니겠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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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해 정신세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 시사인
신영복 서신 인터뷰-경제와 인문의 통섭/신영복(67)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무기징역 선고받고 20년 수감. 1988년 특별가석방 출소. 1989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특채 임용. 2006년 8월 정년 퇴임. 현재 성공회대에서 ‘신영복 함께 읽기’ 강좌 진행·인문학습원 원장을 맡아 ‘CEO 인문학 과정’ 개설.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58호] 2008년 10월 21일 (화) 14:03:21 박형숙 기자 phs@sisain.co.kr
   
ⓒ시사IN 윤무영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경제학자이자 인문학자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지만 20년 수감 생활을 거친 뒤로 그의 관심은 인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었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경제·정치·문화를 망라해 그가 종착한 곳은 인문학이었다. 진단과 전망이 불투명한 세계경제의 격변기에서 ‘신영복의 통찰’을 빌려 현 단계 자본주의가 처한 주소지를 가늠해봤다.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10월13일과 16일, 두 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이뤄졌다. 

경제학에서 인문학으로 이동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제학은 사회의 토대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관점을 제공해줍니다. 또한 물질적 조건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분야를 포섭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막강한 자본권력은 그러한 인간의 조건을 충족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 그 자체를 재구성하고 소외시키는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지요. 현대사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아마 ‘인간적인 사회’와 ‘사회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그 자체가 곧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면 당대 사회의 과제와 함께 그 강조점이 이동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스스로 돌이켜 보더라도 최근의 인문학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바탕에는 경제학적 인식 프레임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드러난 세계 자본주의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미국발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근본 관점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금융위기를 글자 그대로 화폐금융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은 근본 접근이 아닙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산업자본으로부터 금융자본으로 그 헤게모니가 이행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상징되는 오늘날의 세계경제 질서가 바로 금융자본의 운동 양식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세계 외환거래에서 실물거래가 5% 미만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요컨대 최근의 금융위기는 금융자본의 축적 양식이 필연적으로 경과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통해 금융자본의 독점화가 진행되는 것은, 공황을 통해 산업자본의 독점화가 진행되어온 것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공적자금의 투입,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의 파산, 그리고 많은 투자자의 손실이 대규모 금융자본으로 귀속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치유와 전망은 대단히 불투명합니다.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과거 공황의 주기적 도래와 마찬가지로 상당기간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금융자본 축적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금융공황이 결국은 자본의 ‘독점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하셨는데요.
단기로는 자본주의 국가 간의 공조와 또 그들이 행사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자본운동은 자본, 그 자체를 파괴하는 모순 운동이라는 점에서 시스템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행 과정이 어떠한 경로를 밟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개 과정은 한마디로 자본 축적 과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금융위기를 보는 기본 시각도 자본 축적-불균형의 누적-공황-독점화-대외 팽창이라는 도식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산업자본의 자본 축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쌓이는 생산 부문 간의 불균형과,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 공황인데 이 공황의 탈출구가 바로 소비가 극대화하는 전쟁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지요. 물론 신기술·신상품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욕망 자체를 양산함으로써 그 간극을 줄여보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수용한 부분을 부단히 외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왔지만 결국 자연과 인간의 황폐화로 귀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공간이 이미 자본의 활동 공간으로 편입되어 아직도 시장화하지 않은 지구적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자본 측은 유의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출구는 결국 단기적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산업자본이 자연과 노동력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얻는 것이라면 금융자본은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금융자본의 축적 양식은 최고·최후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구 정상들이 모여 내놓은 ‘달러 무한대 지급’ 같은 구제 조처는 결국 ‘금융자본 독점화’의 한 경로인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자본과 권력은 역사의 어떠한 시점에서도 서로 견제한 적이 없었습니다. 세계체제론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월러스타인의 비판처럼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200년이 되는 1989년에 자본주의는 이미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사IN 윤무영
지난 10월7일 중앙대에서 열린 ‘인문주간’ 행사에 신영복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경제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경제정책에서 신뢰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정책이나 사람에 대한 신뢰는 차라리 부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환정책이라는 단기 정책에서는 상당 기간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뒷받침되는 좀더 근본적인 경제정책이 제시되어야 하고, 신뢰는 그러한 장기 전망에 대한 것으로부터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해외부문 비중이 75% 이상이기 때문에 외환부문의 위기가 곧 국민경제 전반의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내수 기반의 중견·강소 기업군을 튼튼히 하고 해외 부문을 유럽 선진국처럼 40∼5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구상되어야 합니다. 축구에서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마저도 미드필드의 안정성이 없이는 효과적인 공격이 불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수비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 복지, 나아가 양극화 문제 역시 이러한 내수 기반의 중견·강소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제 리더십은 이러한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를 중심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적인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은 약자, 서민이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조어도 물론 있습니다만, 역사란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는 최근의 나라 안팎 정치·경제 상황이 신자유주의,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근본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교실이기를 바랍니다. 인문학 담론이 폭 넓게 공유되는 그러한 계기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곳곳에 넓게 남아 있는 비시장 공간에 주목하고 그곳에 ‘숲’을 만드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의 전환을 고민했던 그람시의 사유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최근 ‘CEO 인문학’이 일종의 유행처럼 부각되고 있습니다. 시장권력과 인문정신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문정신, 인문학 관점이 최근 부각되는 까닭은 가깝게는 경제 불황과 경제 중심의 사고를 반성하는 데서 비롯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이 창조경영에 유익하다든가, 인문정신이 새로운 경영혁신을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관점은 매우 반인문학적 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문정신은 이를테면 ‘경제 살리기’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어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는 목적은 결국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경제가 사람을 살리는 물질적 토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제가 욕망 그 자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과정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자본과 인간의 만남, 시장과 인문정신의 만남이 이러한 전도된 인식 프레임을 반성할 수 있다면 늦었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인문학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와 공부가 될까요. 
논어의 수사(修辭)에 의하면 지(知)란 지인(知人), 즉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나 그러한 사람은 ‘무지한 사회’ 또는 ‘무지한 사람’이라 불립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기쁨과 아픔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인가? 하는 철학적 성찰이 대단히 필요한 환경에 우리는 놓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힘겨워하는 오늘의 실존에 대해 냉정하고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삶’이란 단어는 ‘사람’의 준말입니다. 우리들의 진정한 기쁨과 아픔은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유와 소비에 갇혀 있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11/26 18:46 2008/11/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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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반 한 달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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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 더불어 숲 서도반 첫 모임 때 - '시범'을 보여주고 계신 신영복 선생님



토요일 오후 세 시 부터 밤 열 시까지
종로구 낙원상가 뒤편 이문학회에서 서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더불어숲 서도반 사람들이 바로 그들.

이번에 새 회원을 모집할 때 우연한 기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세 번이나 결석하고 어제 겨우 처음으로 세 시 부터 열 시까지 있을 수 있었다.

매일 줄긋기만 하다가, 속성으로 선생님 글씨 '山水大友' 를 임서해보기도 하고
음식 싸들고 찾아오신 선배님들 덕에 맛있는 떡과 순대도 먹고
계속 서서 쓰느라 발은 아팠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다 서예할 땐 뭐하고 이제야 뒷북이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물론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 역시 어제 깨달았다. 깨달았으니, 남은 것은 실행과 노력 뿐.

멀리 있어 매주 참석하진 못할 듯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련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04/13 09:48 2008/04/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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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을 뵙다





98년,

까까머리 고2였던 시절 친구네 집에 갔다가 무심코 찾아읽은 책이 있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대학입시에 요즘말로 '쩔은' 그 시점에서, '감옥..'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옹졸함과 속좁음을 준엄히 꾸짖는 따가운 회초리였다. 그 이후,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등 신영복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고, 선생님은 사춘기 소년이었던 내게 세상을 보는 눈을 책으로나마 틔워 주셨다.

그 시절 이후로, 선생님은 늘 내 마음 속 가장 큰 은사님이셨다.

08년,

북악산 정상에서 우이 신영복 선생님을 뵈었다.
"아이고, 처음오셨다니 악수라도 해야지..." 하시며 손을 내미셨던 선생님,

"그런데 어디서 오셨나..?" 커피를 건네시며 물으셨던 선생님,
"광주에서 왔습니다."
"허~ 경기도?"
"전라도요 ^^;;"
"아이고~ 허허, 먼 걸음 했네~" 하고 웃으시던 선생님.

책으로 뵌 지 10년이 지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뵌 선생님 앞에서
지금까지 나무로 지내왔던 10년을 되돌아보고, '더불어숲' 분들과 함께 숲을 이뤄나가며 새로운 10년을 맞겠노라 다짐을 했다.

까까머리 그 시절 선생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느낌 그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
2008년 1월, 또 힘차게 살아갈 10년의 시작점이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01/28 09:33 2008/0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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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 곧 우리의 삶입니다.



실천이 곧 우리의 삶입니다.


신영복 선생님 인터뷰

인물과 사상 2007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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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뵌 적 없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부터 시작해 여러 책들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신
신영복 선생님.

Posted by 배추돌이

2007/11/26 15:27 2007/11/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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