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후 여자친구와 함께 우리가 기부를 어디에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해외 개발도상국 해외아동 후원 (월드비전) - 케냐 등 총 4명, 9만원
국내 여성자활 및 역량향상 프로그램 후원 (막달레나의 집) - 5만원
국내 인권단체 후원 (바스피아, 앰네스티) - 5만원
국내 결식아동 후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3만원
국내 개발협력단체 후원 (ODA WATCH) - 2만원
총 24만원의 금액을 둘이서 매월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월 24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적어도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내 수입의 50%를 아낌없이 제공하는 것은 아니니까.
피터 싱어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기부를 하는가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된다면 기부액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물론 자신의 기부를 밝히는 것이 보다 많은 기부를 이끌어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내가 기부를 하는 내역 정도는 얼마든지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피터 싱어의 신간인 이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원제: The Life You Can Save)'는 기부에 대해 이렇게 새로운 입장과 논리들을 마음껏 제공해주고 있다. 책의 시작 자체가 '실천윤리학'이라는 그가 진행했던 강의였다는 점 때문인지 논리적 사고가 자못 명쾌하여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독자가 어느덧 저자의 논리에 흠뻑 빠져들기 마련이다.
사실, 빈곤과 기부에 대해서 논하는 책들 중,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이후로 이렇게 긍정과 희망을 노래하는 책은 처음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구체적으로 실천방법(즉 부)를 구성하고 그것을 이만큼 독자에게 강압적으로(!)까지 느껴질만큼 강요하는 책도 처음 보았다. 저자에 따르면 심지어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질 정도' 정도는 되어야 '기부' 좀 했다고 내세울 형편이니, 기부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나같은 사람들도 섬뜩할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기부가 이뤄져야 할 이유들에 대해서 다양한 근거를 들어가며 우리가 보다 '윤리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만약 '생명'을 존중한다면, 빈곤선 이하에 머물고 있는 수십억의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 긍정적이고 변화를 줄 만한 액션을 취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며, 그 방법은 대다수 사람들의 기부에 대한 참여, 그리고 '보편 타당한 액수'의 설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세상의 전부라고 잠시 혹은 오래동안 착각 속에 빠져 산다. 그래서 다른 사회를 돌아보는 여행은 의미가 있다. (물론, 공정여행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사실을 자각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 쉽게 행동에 옮길 수도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그 자원을 모아 그야말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수 많은 방법들이 잠깐만 관심을 가지면 그야말로 주변에 널려 있다.
적게 가졌든 많이 가졌든,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만큼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낮은 곳을 바라보고 자신의 것을 무엇이든 내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부는 필수다,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책무다"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이 전혀 급진적으로 들리지 않는 그런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아차, 나부터 책상에 있는 생수병부터 치워야겠다. ^^;
- 산책자 2009 / 올해 스물 네 번째 책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