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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판화레터 08년 5월 16일자


처음 술을 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96년 중3때 선생님께서 주신 맥주가 내 첫 음주였다.
이후로 12년을 술과 함께 지냈고,
애주가들인 친구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나름대로 술과 함께 참으로 여러가지 추억을 갖게 되었다.
뒤돌이켜보면 좋은 기억도 많고, 나쁜 기억도 있고...

이쯤이면 충분하다 싶어 술을 끊었다.
좋은 사람과의 술자리는 그야말로 가치있는 것이라는 데 백번 동의하고
앞으로 사회생활 잘 해나가려면 음주는 필수라는 말에도 동의하지만

이만하면 됐다.
앞으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두 번 다시 신념을 저버리지 않겠다.


...
이렇게 말하고 다니니
"술은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나와 그렇다 치고, 고기는 왜? 광우병땜에?"
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다.

그 자리에서는 쑥스러워 그저 빙그레 웃거나 '그냥..'이라고 넘어갔지만
실은, 참 아무 것도 아닌 이유였다.

법정 스님의 글모음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보던 중
문득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짓밟는 내 모습이 싫어졌다.
단지 그 뿐이다.

"식물은 생명 아니냐?" 라고 반문한다면
생명을 해치는 게 인간으로서 어차피 지고 갈 업보라면
그나마 그것이라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 언젠가 친하게 지내는 한 선배가
르완다 학살현장에 있던 사람의 뼈들을 보고 나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참 말도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배보다 더욱 말도 안되는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역시, 신념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단 하나의 예외만 인정할 뿐.



Posted by 배추돌이

2008/05/16 15:14 2008/05/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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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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