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채식하며 산다는 것
중앙일보 08년 5월 23일자
[중앙일보 안충기.이도은.이영희.권혁재] “오늘 점심 뭐 먹고 왔니.” 요즘 학교 다녀오는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먼저 묻는 말이랍니다. 어수선한 세상, 먹거리가 불안한 거지요. 그래서인지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식단에서 육류를 빼기는 쉽지 않지요. 미국인들은 7%가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다네요. 우리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1% 안팎으로 어림잡고 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이 땅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고기를 딱 끊고 살 수 있을까요? week&이 일주일 채식에 도전해 봤습니다. 채식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전문식당도 둘러봤습니다.
글=안충기·이도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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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지내 보니
나름대로 반은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깟 일주일’ 했다. 착각이었다. 몸은 이미 육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나 같은 직장인의 채식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 않는 다음에야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반 식당에서 고를 수 있는 메뉴는 쌈·면·죽이 전부였다. 쌈장에까지 고깃가루가 들어간다는 것은 일주일이 다 돼서야 알았다.
가장 곤란한 점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집에서야 내가 음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그럴 만한 자리가 많지 않다. 내가 ‘갑(甲)’일 경우에도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회식자리라면 요령껏 피할 수 있겠지만 네댓 명 안쪽의 자리에서는 그도 쉽지 않다. 아직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는 존중의 깊이나 배려의 넓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식도 개인의 선택이나 취향에 지나지 않는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기준으로 그 사람 전체를 규정하기도 한다. 회식자리에서 “나 채식해요” 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쉽다. “채식을 하려면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김영택 화백의 말에 수긍이 간다. 밥 먹고 술 마시며 정보를 얻고 교분을 쌓는 게 직장생활의 큰 부분이니 말이다.
채식을 하니 좋은 점도 있다. 안주가 부실하니 술맛이 없고 술을 적게 마시니 상대방의 이야기가 들린다. 소화가 빨리 되어 속도 편하다. 몸이 가뿐하고 정신이 맑다. 변이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일주일 동안 입에 댄 육류는 엉겁결에 먹은 달걀 반숙 하나, 반찬과 양념에 들어갔을 젓갈뿐이다. 대개 달걀을 넣는 빵과 동물성 기름이 들어가는 과자도 입에 대지 않았다. 커피는 크림을 뺐다. 몸무게는 그대로다. 준비 없이 덜컥 채식을 시작하고 버틴 지난 일주일은 길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나 특별한 신념이 있지 않다면 채식,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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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