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오랑거를 학교에서 내쫓은 ‘우리’
[헤럴드생생뉴스   2007-06-08 09:29:22] 

수줍음 때문일까. 눈도 못 마주치고 미소만 살짝 띄운다.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다. 한국말도 능숙하다.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한단다. 오랑거(여ㆍ15). 이름만 빼고는 영락없는 내 여동생 같은데…. 아픔이 너무 컸던 탓일까. 미소에 쓸쓸함이 묻어난다. 국적(몽골)이 다르다고, 이름이 이상하다고 받은 놀림과 따돌림으로 인한….

1998년 7세, 이유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 밟은 한국 땅. 한국 사람과 말하고, 한국 풍경을 보고,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오랑거에게는 이 땅이 고향이다. 하지만 주변의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만의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오랑거는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된다.

2001년 처음 들어간 초등학교. 오랑거는 친구들의 알 수 없는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

“왜 그럴까? 왜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지?”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오랑거는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 자신들과 외모도 다르고 말투도 이상한 오랑거를 같은 반 친구들은 ‘우리’ 안에 끼워넣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너는 한국말을 왜 못하니?” “너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니까 안 놀아.”처음의 수군거림은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변해갔다. 늘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또 혼자 다녀야 했다. 말을 붙일 친구 하나 없었다. 내성적이던 오랑거는 점점 위축돼 갔다. 호의적인 한국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 역시 대놓고 오랑거에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 역시 ‘우리’에 속할 수 없기 때문임을 오랑거는 뒤늦게야 알게 됐다.

결국 오랑거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한 아이가 계단에서 그를 밀쳐서 넘어뜨린 것. 옷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크게 다쳤지만 정작 씻기 힘들었던 것은 마음의 상처. 결국 그는 2년 만에 재한몽골학교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의 지독한 ‘우리’에 대한 의식 속에서 몸과 마음이 상처를 받았던 그가 그 아픔을 추스르는 데만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 오랑거는 다시 한국 학생들과 섞여서 공부하고 싶어한다.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됐다. 유창한 한국말로 오히려 몽골어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한다. 지하철도 전혀 낯설지 않다. 오랑거는 ‘우리’로 다져진 똘똘 뭉친 한국 사회의 공고한 벽에 다가간다.

“이제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빨리 한국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그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경애 재한몽골학교 교감은 “오랑거의 뜻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라지만 사실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이 없다”며 “그래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안의 배타주의는 아직 이 소녀의 소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을 좋아해도 그는 여전히 한국에서 ‘타자(他者)’인 탓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런 공고한 배타주의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과)는 “요즘 아이들은 더 극단적인 형태로 집단주의를 학습하고 있는데 ‘왕따’ 현상이 대표적 사례”라며 “이는 ‘우리’와 구별되는 ‘타자’를 만들어 놓고 괴롭히면서 자신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좋은 친구들, 잘해주신 선생님 많이 만났습니다.”오히려 넓은 마음으로 가해자인 ‘우리’를 감싸주는 오랑거의 환한 미소. 한국 사회가 과연 그의 미소에서 쓸쓸함을 지워줄 수 있을까.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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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외국인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한국이란 나라에 축복이 될 것인지, 문제가 될 것인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7/06/08 16:30 2007/06/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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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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