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성장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유기체이다. 성장이 정체된 회사는 결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으며 결국 도태되고 만다. 각 기업들이 매출증대와 신규사업발굴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개별 기업차원에서 이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들이 성장할 수는 없다. 결국 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든 아니든 약육강식이 펼쳐질 수 밖에 없고, 적절한 세력균형을 이루는 몇몇 기업들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균형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기존의 체제를 뒤엎는 기업들이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다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가치창출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끝없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신화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한 자양분을 제공했지만, 최근 등장하는 환경문제나 금융위기 등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에 좀 더 무게를 실리게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이와 같은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수 있을만큼 인간의 창의력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혹은 지구 밖에 있는 우주에서 성장의 바탕이 되는 또다른 자원을 찾아서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간의 지능에는 한계가 있으며, 물질적인 자원 역시 한정적이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서는 일단 욕망과 탐욕을 절제하고, 무엇을 위해 성장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은 원점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인류가 지나온 길, 그중에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자는 입장이며, 그 원점의 시작은 결국 인간이다.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이 인간과 우주, 삶의 목적에 관한 문제로 회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인문학이 최근 각광받는 원인일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만약 인문학에 대한 최근의 관심이 '보다 높은 성장'을 위한 '창의성 발견'의 차원에서라면 그러한 인문학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참된 가치는?

그걸 모르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는 것 아니겠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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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해 정신세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 시사인
신영복 서신 인터뷰-경제와 인문의 통섭/신영복(67)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무기징역 선고받고 20년 수감. 1988년 특별가석방 출소. 1989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특채 임용. 2006년 8월 정년 퇴임. 현재 성공회대에서 ‘신영복 함께 읽기’ 강좌 진행·인문학습원 원장을 맡아 ‘CEO 인문학 과정’ 개설.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58호] 2008년 10월 21일 (화) 14:03:21 박형숙 기자 phs@sisain.co.kr
   
ⓒ시사IN 윤무영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경제학자이자 인문학자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지만 20년 수감 생활을 거친 뒤로 그의 관심은 인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었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경제·정치·문화를 망라해 그가 종착한 곳은 인문학이었다. 진단과 전망이 불투명한 세계경제의 격변기에서 ‘신영복의 통찰’을 빌려 현 단계 자본주의가 처한 주소지를 가늠해봤다.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10월13일과 16일, 두 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이뤄졌다. 

경제학에서 인문학으로 이동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제학은 사회의 토대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관점을 제공해줍니다. 또한 물질적 조건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분야를 포섭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막강한 자본권력은 그러한 인간의 조건을 충족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 그 자체를 재구성하고 소외시키는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지요. 현대사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아마 ‘인간적인 사회’와 ‘사회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그 자체가 곧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면 당대 사회의 과제와 함께 그 강조점이 이동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스스로 돌이켜 보더라도 최근의 인문학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바탕에는 경제학적 인식 프레임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드러난 세계 자본주의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미국발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근본 관점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금융위기를 글자 그대로 화폐금융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은 근본 접근이 아닙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산업자본으로부터 금융자본으로 그 헤게모니가 이행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상징되는 오늘날의 세계경제 질서가 바로 금융자본의 운동 양식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세계 외환거래에서 실물거래가 5% 미만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요컨대 최근의 금융위기는 금융자본의 축적 양식이 필연적으로 경과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통해 금융자본의 독점화가 진행되는 것은, 공황을 통해 산업자본의 독점화가 진행되어온 것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공적자금의 투입,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의 파산, 그리고 많은 투자자의 손실이 대규모 금융자본으로 귀속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치유와 전망은 대단히 불투명합니다.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과거 공황의 주기적 도래와 마찬가지로 상당기간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금융자본 축적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금융공황이 결국은 자본의 ‘독점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하셨는데요.
단기로는 자본주의 국가 간의 공조와 또 그들이 행사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자본운동은 자본, 그 자체를 파괴하는 모순 운동이라는 점에서 시스템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행 과정이 어떠한 경로를 밟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개 과정은 한마디로 자본 축적 과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금융위기를 보는 기본 시각도 자본 축적-불균형의 누적-공황-독점화-대외 팽창이라는 도식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산업자본의 자본 축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쌓이는 생산 부문 간의 불균형과,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 공황인데 이 공황의 탈출구가 바로 소비가 극대화하는 전쟁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지요. 물론 신기술·신상품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욕망 자체를 양산함으로써 그 간극을 줄여보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수용한 부분을 부단히 외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왔지만 결국 자연과 인간의 황폐화로 귀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공간이 이미 자본의 활동 공간으로 편입되어 아직도 시장화하지 않은 지구적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자본 측은 유의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출구는 결국 단기적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산업자본이 자연과 노동력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얻는 것이라면 금융자본은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금융자본의 축적 양식은 최고·최후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구 정상들이 모여 내놓은 ‘달러 무한대 지급’ 같은 구제 조처는 결국 ‘금융자본 독점화’의 한 경로인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자본과 권력은 역사의 어떠한 시점에서도 서로 견제한 적이 없었습니다. 세계체제론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월러스타인의 비판처럼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200년이 되는 1989년에 자본주의는 이미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사IN 윤무영
지난 10월7일 중앙대에서 열린 ‘인문주간’ 행사에 신영복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경제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경제정책에서 신뢰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정책이나 사람에 대한 신뢰는 차라리 부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환정책이라는 단기 정책에서는 상당 기간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뒷받침되는 좀더 근본적인 경제정책이 제시되어야 하고, 신뢰는 그러한 장기 전망에 대한 것으로부터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해외부문 비중이 75% 이상이기 때문에 외환부문의 위기가 곧 국민경제 전반의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내수 기반의 중견·강소 기업군을 튼튼히 하고 해외 부문을 유럽 선진국처럼 40∼5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구상되어야 합니다. 축구에서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마저도 미드필드의 안정성이 없이는 효과적인 공격이 불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수비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 복지, 나아가 양극화 문제 역시 이러한 내수 기반의 중견·강소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제 리더십은 이러한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를 중심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적인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은 약자, 서민이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조어도 물론 있습니다만, 역사란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는 최근의 나라 안팎 정치·경제 상황이 신자유주의,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근본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교실이기를 바랍니다. 인문학 담론이 폭 넓게 공유되는 그러한 계기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곳곳에 넓게 남아 있는 비시장 공간에 주목하고 그곳에 ‘숲’을 만드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의 전환을 고민했던 그람시의 사유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최근 ‘CEO 인문학’이 일종의 유행처럼 부각되고 있습니다. 시장권력과 인문정신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문정신, 인문학 관점이 최근 부각되는 까닭은 가깝게는 경제 불황과 경제 중심의 사고를 반성하는 데서 비롯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이 창조경영에 유익하다든가, 인문정신이 새로운 경영혁신을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관점은 매우 반인문학적 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문정신은 이를테면 ‘경제 살리기’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어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는 목적은 결국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경제가 사람을 살리는 물질적 토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제가 욕망 그 자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과정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자본과 인간의 만남, 시장과 인문정신의 만남이 이러한 전도된 인식 프레임을 반성할 수 있다면 늦었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인문학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와 공부가 될까요. 
논어의 수사(修辭)에 의하면 지(知)란 지인(知人), 즉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나 그러한 사람은 ‘무지한 사회’ 또는 ‘무지한 사람’이라 불립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기쁨과 아픔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인가? 하는 철학적 성찰이 대단히 필요한 환경에 우리는 놓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힘겨워하는 오늘의 실존에 대해 냉정하고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삶’이란 단어는 ‘사람’의 준말입니다. 우리들의 진정한 기쁨과 아픔은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유와 소비에 갇혀 있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11/26 18:46 2008/11/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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