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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6 뉴욕의 시간은 흘러간다 by 배추돌이 (8)

뉴욕의 시간은 흘러간다

뉴욕의 시간은 흘러간다

배추 그리고 아톰과 함께 걷는 뉴욕 (3)
2008년 10월 5일

오늘의 경로: 트리니티 교회 -> 월스트리트 ->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 -> 트라이베카 -> 차이나타운 -> 로워 이스트사이드 -> 이스트 빌리지 -> 리틀도쿄 -> 5번가 -> WTC 사이트

오늘은 월스트리트에서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점심나절에 들렀던 월스트리트는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꽤나 한적하더군요. 실제로 보면 트리니티 교회에서 반대쪽 끝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까지 걸어서 5~10분이면 닿는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이 짧은 길에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나왔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야 월스트리트가 초래한 최근의 경제위기가 빨리 극복되어 주가도 다시 상승하고 펀드 깨먹은 것들도 좀 회복하고 그랬으면 좋겠으련만, 오늘 한국발 뉴스들을 보니 당분간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어서 슬쩍 걱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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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멀리 트리니티 교회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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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말도많고 탈도많은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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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Stock Exchange in Wall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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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교회가 트리니티 교회, 오른쪽이 미 연방정부청사 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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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의 대형 성조기

월스트리트는 뉴욕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도심이라고 하지요. 위치로 보니 당연한 귀결로 보입니다. 사우스시포트 항만에서 바로 옆으로 뚫린 대로가 월 스트리트이더군요. 배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해서 처음 항구를 만들고, 길을 내고 하던 수백년 전의 미국인들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제는 마천루로 뒤덮여있지만, 그들의 시작도 처음에는 참으로 소박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웬지 더 정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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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시포트 쪽에서 바라본 월 스트리트

항구는 그리 크리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항구와는 다르게 생선이나 이런 것을 파는 곳은 아니더군요.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서 그런지 항만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근처는 아베크롬비, 게스, 코치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쇼핑몰화 되어 있었습니다. 항구를 따라 이어진 길에는 여느 관광지와 같이 'I Love NY' 티셔츠 판매상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길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variation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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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lov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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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정박해 있는 범선(진짠지 가짠지..)

항구 쪽에서 다시 도심으로 발길을 돌리니, 인도계 이민자들이 주최하는 길거리 축제가 막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진한 마살라 향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꽤나 흥겹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한국계 이민자들도 추석 즈음이면 이곳에서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곤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침부터(이미 12시를 지나긴 했지만) 기름진 인도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어제 실패했던 '정통 뉴욕 브런치 집 - 볼리'에 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또 사람이 줄지어 늘어서있네요. 아무래도 이곳은 우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곳인가보다- 하고 택시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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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조그만 브런치 가게 '브라운Brown'에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군요. 역시 어딜가나 맛집에는 사람들이 들끊나 봅니다. 할 수 없이 여기에서도 20~30분을 기다려 식사를 했습니다. 샐러드, 프라이와 빵, 그리고 연어/소시지, 치즈, 그리고 라바짜 커피가 나오는 브런치 한 끼 가격은 12~13달러. 한국에서 파는 브런치와 비슷한 가격입니다만 훨씬 모양도 좋고 풍성해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도 모르지요. 맛있게, 감사하게 잘 먹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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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빌리지 가는 길


차이나타운에서 로워 이스트를 지나 이스트 빌리지로 향했습니다. 이곳도 예전에는 소호처럼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집세가 너무 올라서 다들 떠나버린 곳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민자들이 차려놓은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고, 뮤지컬 'Rent'의 무대가 되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맨하탄의 다른 곳보다는 훨씬 주택가 같은 분위기이고, 첫날과 둘째 날 들렀던 웨스트 빌리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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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빌리지


중간에 예전 동유럽계 이민자들이 근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와서 식사를 했다는 식당 '카츠KATZ' 에 잠깐 들렀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역할 정도로 고기 누린내가 많이 나서 '이사람들 도저히 어떻게 식사를 하나...'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식습관의 차이는 참으로 큰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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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노동자들의 식당이었던 카츠-

이스트 빌리지를 막 빠져나오려는 즈음, 재미있는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The American Dream is A LIE'라고 쓰여져 있는 낙서였지요. 한국, 일본, 동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 뉴욕, 이스트 빌리지로 찾아든 사람들의 꿈과 좌절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애잔해졌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이든, 코리안 드림이든 간에 꿈을 잃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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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erican Dream is A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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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이스트빌리지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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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로 범벅이 된 벽과 전단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길을 걷다보니 발길은 어느덧 건축대학인 쿠퍼 유니언 근처인 리틀 도쿄로 이어집니다.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한 블럭정도밖에 되지 않는 일본인 거리인 리틀 도쿄는 규모가 작아 그런지 대학가 앞의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국 음식점들도 간간히 보이고, 재미있게도 '레드망고'가 들어와 있더군요. 듣자하니 한국의 아이스베리를 카피한 '핑크베리'와 완전히 같은 '레드망고'가 이곳 뉴욕에서 요새 인기를 끌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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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망고- 괜히 반갑지요?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해서 다운타운은 대략 다 둘러본 셈이라 어디를 갈까 하다가, 번화가인 5번가에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센트럴 역에 도착하니, 영화에서 자주 보던 광경이 나타나더군요. 역에서 나오면 그야말로 높디높은 마천루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한 멋진 빌딩들이 많아서 쉴새없이 위를 바라보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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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센트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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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에서 바라보는 높디높은 마천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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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에 있는 H&M, 붉은 로고가 두드러진다


길을 걷다보니 시끌시끌한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해서 봤더니 폴란드 이민자들의 축제 행렬입니다. 카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어 보니 '미스 폴란드'가 손을 흔들며 지나고 있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붉은 POLSKA 옷을 입은 사람들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인도 이민자들, 동유럽 이민자들, 폴란드 이민자들의 흔적을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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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번가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뭐니뭐니해더 브라이언트 파크더군요. 센트럴 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이지만, 높은 빌딩숲 사이에 이런 녹지가 떡하니 있는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쯤 될 법 한데, 차도와 인접하지 않고 있고 잔디밭에 마음놓고 들어가 쉴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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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의 오후

하릴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결국 쇼핑은 못하고 장을 봐서 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WTC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다 보니 첫날 갔던 그라운드 제로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공사현장으로 변한 이곳에 쌍둥이 빌딩이 있었다면 아래와 같은 사진은 절대 만날 수 없었겠지요. 오늘 내내 그렇게 멋지고 좋아보였던 뉴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상처와 맞닥뜨리게 되자, 다시 한번 마음이 숙연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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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일 일정을 체크하다고 깨달은 게 있었지요. 오늘이 바로! 뮤지컬 Avenue Q를 예약해뒀던 날이었던 것입니다. 130달러를 그냥 허공에 뿌려버린 셈이지요! ㅜ.ㅜ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그랬는지, 깜빡 잊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리 아쉽지 않습니다. 오늘의 뉴욕 거리탐험은 적어도 그만큼의 가치는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배추와 아톰은 이곳 뉴욕에서, 매일 하나씩 둘씩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은 또 무엇을 얻고 깨닫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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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기다려집니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10/06 21:29 2008/10/0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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