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됐지만 식당 하나 보이지 않았다. 기름 넣는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적어도 15킬로미터 내에는 식당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과일 주스도 마른 과자도 아무것도 팔 것이 없었다. 내가 다시 길을 떠나자 그가 불렀다.
"하지만 내가 점심으로 싸운 게 있어요. 이리 와요, 나눠 먹읍시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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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라 다들 사무실을 떠나는 통에 마음은 싱숭생숭하기만 해서, 일하는 중에도 몇번씩 애꿎은 여행사 사이트만 디립다 들여다보기 일쑤다. '크리스마스에는 꼭 규슈에 가서 온천욕을 할꺼야~' 이런 생각이나 하는 요즘,퇴근하고 집에 와서 읽는 책이 '나는 걷는다'이다. 아나톨리아 고원을 걸어서 걷는 저자를 따라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 셈이랄까?
그런데 이사람, 노익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길 닿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을 풀어놓은 필치가 여간 아니다. 심심한 듯 하면서도 맛이 있다. 비슷한 여행기 저자인 한비야나 기남희 같은 국내여행가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의 간결한 서술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 한없는 겸손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이 두꺼운 세 권의 여행기 시리즈를 읽으면 어느덧 가을이 와 있을 듯 하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