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엔 이제 마르크스가 없다.

‘유일한 마르크스 강의’ 김수행 경제학부 교수 퇴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 한때 그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사회주의의 바이블(성경)’을 1989년 국내 처음으로 전권을 번역·출간했던 김수행(65) 서울대 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오는 22일 정년퇴임식을 갖고 강단에서 물러난다.
그는 좌파 사회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대표적 좌파 이론가였으며, 서울대 경제학부 33명 교수 중 유일하게 마르크스 경제학을 강의해왔다.
(...이하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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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수북한 낙엽들을 밟으며 8동 강의실로 뛰어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경제학부 수업을 처음 들었던 것은 2001년 가을학기, 학교에 들어와서 네 번째 학기를 맞는 때였다. 일반적으로 학부에서의 경제학 코스는 경제원론과 경제수학을 거쳐 미시, 거시경제학을 듣는 것이지만 학생회 활동을 조금이라도 했던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마르크스 경제학(이하 마경)이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당시 주로 활동하던 학번들이 고민하던 신자유주의 및 자본주의의 폐혜라는 부분에 대해 수업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마경 수업 (그리고 봄학기의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고, 또하나의 실질적인 이유는 과, 단대, 총학 선거로 인해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계절인 가을에 마경 수업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업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과목이었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마경을 2학년 2학기에 들었고, 운좋게도 A+ 학점을 맞았다. 아마도 이리저리 선거운동에 참여하라는 선배들을 피해다녔던 나에 비해 선거준비 때문에 무더기로 결석하거나 수업준비를 등한히 했던 동기들 및 선배들의 시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쭐해졌던 나는 3학년 때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학 수업을 듣기 시작했으나, 기본기 부족과 이해력 부족으로 인해 정말 간신히 복수전공 기준을 맞춰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경제학부 복수전공을 하면서 A+를 받았던 것은 양동휴 교수님의 국제경제사 수업 뿐, 거의 A학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경을 들을 때 좀 덜 우쭐했더라면 미시와 거시를 재수강하는 일도 없었을 지도 모르고, 평점평균을 좀 덜 깎아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6년이 지난 이제는 그때 수업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렸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 수업이 다른 수업과 겹치지 않는 토요일 오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대부분의 전공수업이 쉬는 계절학기에도 수업을 하셨다는 것도 기억이 난다. 그만큼 조금 더 많은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셨던 것 같다.
언제나 소수는 소중하고 중요하다. 소수가 있기 때문에 다수도 존재할 수 있고, 비판적 입장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며 자정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김수행 교수님이 정년퇴임하시게 되면서 가장 안타까워하시는 부분도 경제학부 내에서의 불균형 부분인 것 같다. 이미 졸업을 했고, 요즘같은 가을날 교수님 수업을 들으러다녔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더이상 후배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