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풍경
김형경
예담
2006년 10월
사진출처: YES24
2007년 도서분류: 국내외 문학 (3/10)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부터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가 김형경은 '천개의 공감'을 통해서 내가 감히 왕팬(!)이라고 부를만큼 친숙한 작가가 되었다. 그러기에 '천개의 공감'보다 두 달 먼저 펴낸 심리에세이 '사람풍경'은 어쩜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책을 샀는데, 후배가 같은 책을 선물로 보내와 두 권을 갖게 되었다. 한 권은 집에 두고, 한 권은 직장에 두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3월 한 달을 이 책과 함께 보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더이상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 살아가게 되었던 그 시점에 이 책이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난 성공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약간 새는 감이 없지 않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맘에드는 구절이 있을 때마다 휴대폰으로 모바일 싸이월드에 그 구절을 올려뒀다. 모바일 싸이월드는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웹을 메모장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행함으로써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성공적인 결합을 가져왔다. 다음은 책을 읽는 동안 싸이 다이어리에 끄적여놓았던 부분들이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들이라고 해야 할까나...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3.23)
사랑할때 내면에서소용돌이치면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넘어서서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3.25)
틀림없이 여행습관은 일종의 방어의식이었다. 삶의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가지 못해, 내면의 고통과 직면하지 못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3.31)
인간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4.2)
질문자와의 상담이라는 틀을 가지고 접근했던 '천개의 공감'과는 다르게 '사람풍경'은 정신분석의 주요 카테고리별로 저자의 여행경험을 결부시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여행이라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그녀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로 하여금 정신분석이라는 어쩌면 생소한 분야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소통하고 있었다.
'천 개의 공감'과 '사람풍경'을 통해 조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권의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전문성'을 앞세운 채 슬며시 다가와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인 줄은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조목조목 무엇이 내가 가진 문제점인지를 짚어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뼈아픈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격다짐이 아닌, 정교한 논리로 내가 가진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라고 하니 무작정 투정부릴 일만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자가 밉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세상과 대화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나로 하여금 갖게 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 한 권이 미치는 영향이 실로 이렇게 크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