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리더스북
2006년 6월
사진출처: YES24
2007년 도서분류: 재테크
요즘들어 자주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게 있다. "회사다니면서 돈 벌어보니까 너도 느끼는 게 있지?"
물론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쉬운지, 그리고 저축을 하더라도 내 생각처럼 확확 늘어나지는 않는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머릿속으로 들어올 돈 나갈 돈을 셈하다보면 단돈 몇만원이 아쉬워지는데 그럴 때면 필요한 돈이 있을 때마다 곶감빼먹듯 쉽게 부모님께 손을 벌리던 학생 때가 생각나 얼굴이 붉어진다. 자식이 뭐가 예쁘다고 툭하면 수십, 수백씩 등록금하라 여행가라 내어주셨을까.
예전에는 돈을 밝힌다는 것 자체를 낮부끄러운 일로 여겼다. 학부전공을 정할 때에도 경영학과는 일단 뒤로 제쳐놓고 생각했던 것에는 그러한 관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규교육에서 실물경제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시느라 한푼 두푼에도 악착같으셨던 부모님에 대한 저항감이 청소년기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학 진학과 함께 처음으로 뭉텅이로 용돈을 받아 쓰게 되면서 가계를 꾸려가는 연습을 시작했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경제관념은 희박했다. 늘 용돈이 부족했고, 과외를 해서 보충을 해도 부족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일년에 한두번은 어떻게 해서든 해외로 나갔다. 목돈을 만들 여력이 별로 없으니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고, 정 방법이 없으면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도 그것이 부끄럽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기회를 돈 때문에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생에서 그 시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라면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일상적인 경제활동운영은 별개의 문제이다. 자신의 현금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며, 여러가지 선택지들을 놓고 면밀하게 기회비용을 따지는 훈련은 분명히 보다 철저히 이뤄졌어야 했다.
여하간에 졸업과 취업이라는 삶에서의 한 고비를 넘기고 또 다른 중기 이상의 계획을 잡다 보니 이제는 전보다 더욱 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박경철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해 준다. 무턱대고 돈을 모으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나 자신의 삶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것을 '시골의사'는 제안한다. 내 삶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 그리고 그 삶의 과정에 있어서 내게 필요한 자금은 얼마이며, 지금부터 그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떠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연역적으로 생각해보라는 제안은 다른 세세한 돈모으기 기술을 가르쳐주는 재테크 관련 실용서에 비해 가슴에 와 닿는 수준이 다르다.
그는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볼 것을 권한다. 무턱대고 펀드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길 기대하기보다 전반적인 국내외 경제현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처방법을 찾는 것이 투기자가 아닌, 투자자가 되는 방법이라고 그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앞으로 나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은 내게 돈에 지배당하지 말고 오히려 돈을 지배할 수 있는 슬기로움을 가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유명한 투자분석가이면서도 지방 소도시의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삶은 그래서 더욱 진정성있게 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