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용인 SK 아카데미에서 그룹연수를 받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입사한 기수 중에 약 50여 명의 Global 인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중국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그룹 특성상 중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우리 조에 포함된 외국인도 모두 중국 인력들이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하게 되면서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열흘간의 연수기간 내내 연수원 측은 프로그램이 영어로 이뤄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느끼는 것은 벌써부터 프로그램이 한국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신입사원들의 편의를 봐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어쨋든 첫 강의는 영어로 진행이 되었는데, 그 와중에서 질문을 하는 두 사람이 모두 외국에서 선발된 "글로벌 인재들"이었다. 좌중이 단번에 유려한 영어솜씨에 의해 제압(?)되는 기분이 들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경쟁을 뚫고 중국에서 선발되었다는 그 친구들이 우리와 같이 일하는 동료라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든든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역량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발음이나 억양은 나무랄 데 없었다고 하더라도, 질문의 수준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연사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을 때 무턱대고 손을 들어 마이크를 잡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내가 정말로 동기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을만큼 어리버리하게 연사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심 '글로벌'이 붙은 것들에 대해서는 내심 여유만만했던 것이 부끄러워지는 동시에 모두 모래성이자 속빈 강정이라는 느낌이 정말로 강하게 들었던 순간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회사와 학교에서 그렇게 외치는 글로벌 역량, global competency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겉멋과 환상으로 포장되지 않은 채,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 어느 공간에서든지 그리고 누구에게라든지 자신의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이와 성별, 국적과 인종, 사회 및 역사적 배경, 교육의 정도를 떠나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내가 먼저 혹 머뭇거릴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작은 용기도 때론 필요한 것이 아닐까. 굳이 '경쟁'이라는 단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도 이와 같은 자세는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시절의 후반기 내내 고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와는 또다른 세상에 들어온 지금에도 여전히 이 질문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어쨌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