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말대로 봄에는 발걸음 떼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 어느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솟아날지 모르는 터, 마음 급한 발걸음 때문에 여린 숨싹이 다쳐서는 안되겠기에 발꿈치를 살짝 들고 걸어봅니다. 바야흐로 만물이 들썩이는 계절입니다.
지난 주에는 제가 있는 사무실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니...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다거나 책상 위에 노오란 후레지아가 놓이기 시작했다는 건 아니고요.^ 드디어 기다리던 신입사원 MD 2명이 봄바람을 가득 담고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열정과 패기는 세상 모든 신입사원들의 영원한 코드입니다.
훤칠한 키의 두 남자가 정신없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사무실 공기가 한층 들떠 있습니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인사하는 각도 또한 남다릅니다.(모두들 아시지요?^) 아직 출판사 분들과 미팅하는 모습이 서툴고 명함을 건네는 손이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바쁘게 뛰어다니며 하나 둘 익혀가는 모습, 배워야 할 일을 쌓아 놓고 저녁 늦게까지 애쓰는 모습, 정성스럽게 OJT일지를 작성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이 마냥 예쁘게 보입니다.
두 사람이 실어나르는 봄바람 덕분에 선배사원들도 '덩달아' 활기를 더해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신입사원들의 가장 큰 업무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이 등장하는 순간, 선배들은 우리들의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한 때는 우리 모두 한없이 큰 꿈도 감당해내던 한껏 젊은 가슴이 있었고 밤새워 일을 배우며 익히는 즐거움에 들뜨던 충만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날개짓을 배워가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접혀 있던 날개를 펼쳐보는 것이지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일찌감치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몸에 익은 습성을 한번쯤 낯선 눈으로 바라봅니다. 언젠가 바라보았던 세상을 다시 한 번 품어 보는 것 - 요즘 저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곧잘 그런 훈련을 한답니다.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그들이 발산하는 힘과 열정이 제법 효과를 발휘합니다. 신입사원을 맞이한 선배님들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렇게 사무실은 함께 봄이 되어 갑니다.
old&new의 진정한 공감이 이뤄지고 선배는 후배에게 후배는 선배에게 서로 가르치고 배워갑니다. 선배 MD들의 몸짓이 한결 가볍고 활기차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습니다. 해마다 그들이 깨우쳐주는 그 시절의 기억들이 자칫 식어가는 열정을, 게을러지려하는 마음을 곧추서게 하지요.
신입사원 여러분!
좌충우돌 실수도 잦고, 넘치는 의욕이 가끔 일을 그르치게도 하지만 신입사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이 있으니 놓치지말고 누리시길 바랍니다. 사회생활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대부분 신입사원 시절에 배우는 것들입니다. 선배가 일러주는대로 주어진 업무만을 익히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생각하는 방법, 일하는 방법, 관계맺는 방법,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널리 익히시길 바랍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은 모르는 것의 답을 어떻게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밝은 길눈을 트게 하는 시기입니다.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가는 시기입니다. 닮고 싶은 선배가 있다면, 얼른 달려가보십시오. 그들의 열정과 경험을 배울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신입사원의 질문을 귀찮아하는 선배는 없습니다. 혹시 있다면, 그 선배에게는 앞으로 묻지 마십시오^^
많이 묻고 대답하고 많이 생각하고 도전하십시오. 많이 배우고 욕심내십시오. 크게 꿈꾸는 사람이 크게 이룰 수 있는 법입니다. 제 말을 간혹 오해하고 엄청난 비용이 드는 초대형 이벤트를 기획해 오는 신입MD들도 있긴 하지만, 뭐 그것도 좋습니다.^^ 함께 풀어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 또한 무진장일테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신입사원들의 기상천외 실수담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근대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던 18세기 조선에는 '벽(癖)에 관한 예찬론이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벽'은 무언가에 미친다는 말 - 일종의 마니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제가는 "벽이 없는 인간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합니다. 그저 그렇게 미치지도 못하고 욕 안먹고 그럭저럭 사는 것은 죽는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당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가져왔습니다.(직업병인지라^^ 잠시 책소개 들어갑니다. 정민 선생님의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 놓치지 말고 읽어보십시오. 책의 세세한 내용은 잠시 밀쳐두더라도 [미쳐야 미친다]에 이어 맥없이 살아가는 나의 오늘이 얼마나 많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는 아까운 시간들인지 반성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꼭 한 번 미쳐보십시오. '미쳐야 미친다'고 했습니다.(불광불급(不狂不及),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서는 그 무엇에도 미칠 수 없다는...) 오늘 여러분에게 가장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 찬란한 아름다움, 마음껏 뿜어내십시오.
written by 인터넷교보문고 편집장 이 승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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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