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비난은 쉽다


언제나... 비난은 쉽다...  2007/09/26

며칠 전 모 방송의 파경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방송의 주 내용은 이혼을 한 부부가 어떻게 이혼하게 된 것인지 그 과정과 원인을 분석해보는 게 주 내용이었는데 제가 본 그 방송은 부부 간의 경제적인 관점 차이로 인해 이혼까지 내몰리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남편은 가계부를 쓰면서 10원까지 아낄려는 쪼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스타일이었으나 부인은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고 현재의 삶 자체를 좋아하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부부 간에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관점 차이로 인해 많은 트러블이 발생합니다. 물론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옆집 친구와 자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이에 대해 남편은 옆집을 찾아가서 더치 페이를 요구한 것입니다. 와이프의 입장에서는 주위 이웃들에게 비난 받을 만한 화가 날 행동이죠.. 반대로 와이프는 몇번 해보다 말 물건을 잔뜩 사서는 예상대로 한두번 해보고 버리게 됩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껴도 모자랄 판에 낭비를 한다고 속이 탈 법한 행동이죠.


아무튼.. 부인은 그런 쪼잔한 남편의 행동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반대로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집은 거지된다는 생각으로 부인을 믿지 못합니다.


두 부부의 경제관이 일치했더라면.. 아니 최소한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부부인데 이 두 사람은 부부 간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관점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됩니다.


재미난 점은 부부가 서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두 부부는 분명 경제적인 목표는 동일했습니다. 지금 아껴서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누리자는 것이었죠(남편이 그렇게 모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이 풍요롭게 살기 위한 것이 목표였죠).


그렇지만 목표는 동일하였으나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방법이 서로 달랐습니다. 부인은 쓸때는 써야 한다... 문화도.. 생활도 즐겨야 한다는 주의 였으나.. 남편은.. 만약 내가 이렇게 까지 쪼잔해지지 않는다면.. 우린 이 생활 수준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고하였던 것이죠. 두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록 남자는 더욱 쪼잔해지고.. 여자는 더욱 대범해집니다. 그래서 남자는 이웃집에가서 더치페이를 요구하고, 여자는 그런 남편에 대한 반감으로 카드로 이것 저것 긁어댑니다.


어찌보면 서로의 경제적인 목표 측면에서는 비슷했으나, 그 방법 측면에서는 너무나 달라 감정적으로 나아가다보니 두 사이의 경제적인 관점은 극도로 멀어져버렸고, 결국 서로 끌어당기기에는 너무 멀어진 상태까지 간 것이죠. 실제적인 거리와 관계없이 감정적으로 너무 먼 거리로 내달렸던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관점 차이가 극명해지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팀원끼리 식사를 하는 도중 새로 프로젝트에 배치된 협력업체 여직원들에게 울 차장님이 " 가계부 쓰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남자 차장님이 제가 가계부를 쓴다는 사실에 많이 놀랬나 봅니다. 그래서 20대 후반 미혼인 협력업체 여직원들에게 저를 가르키며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이죠. 웃으면서 아무 답이 없는 직원들... 갑이라는 위치에 있는 저에 대해 그 자리에서 솔직한 말을 털어놓긴 어려웠을 겁니다. 미혼 남자가 가계부를 쓴다고 하면 저 또한 그 나이에는 그다지 좋게 보긴 어려울 테니까요 ^^;


그러다가 가계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회사의 개발팀 부장에게로 주제가 옮겨갔습니다. 예전에 저도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가장인 그 부장님이 월 10만원의 용돈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요즘의 물가에서 10만원의 용돈으로 생활하기란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인 "만원의 행복"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차장님은 10만원으로 생활하는 부장님의 생활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리얼하더군요... 제가 봐도 저렇게 까지 궁색하게 살아야하나 할 정도의 처절함..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존경보다는 뭐랄까요..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마음이 담긴 비난이나 조롱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대화는 전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던 점은 와이프가 그렇게 용돈을 정해주었고, 부장님은 그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는 겁니다. 10만원 용돈에 대해 올려달라는 얘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모으다 보니.. 30대 중반의 나이에 서울 목동에 아주 좋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하게도 이야기가 그 부장님의 쪼잔함에 대한 조롱으로 계속되다가 목동의 아파트라는 단어 하나에 경외로움과 부러움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 금전적으로 의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죠. 그런 경우 상대방의 의존성으로 인해 인간관계는 파괴되기가 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푸는 사람은 비난의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주위의 사람이 돈으로 인해 자신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다던가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해 비난할 자격은 없을 겁니다. 그 사람이 쪼잔하든 쪼잔하지 않든 자신은 그로 인해 크게 피해를 보지 않음에도 우린 쉽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쪼잔하다거나 짠돌이 또는 짠순이라는 말은 그 경우에 가장 적합한 비난(조롱)용 언어죠.


자신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 존재이지만 그 사람의 그런 행동 자체가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난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보호를 위한 방어용 단어입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때론 나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로 비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의도적이든 또는 무의식적이든 노력하게 만듭니다. 모임에서 내지 않아도 될 돈인데 "난 쪼잔하지 않다"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턱 거하게 쏘는가 하면, 지금껏 계속 그렇게 해왔기에 상대방에게 쪼잔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데이트 비용을 일방적으로 계속 부담하게 됩니다. 자신의 가치 판단보다는 상대에 의한 잣대가 자신의 행동을 유도하는 더 큰 기준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서는 돈을 내고... 또 비용을 치르고서 뒤늦게 후회하게 됩니다. 그 정도로 사회적인 잣대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나 비난이나 조롱은 더욱 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소죠.


사실 우발적인 행동이 아닌 일상의 습관이나 행동 등은 과거의 경험, 생활 환경, 자신의 원칙, 그리고 미래의 목표 등의 복잡하게 혼합되어 나타나는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금전에 관련된 사항도 마찬가지인 셈이죠.


돈에 대해 쪼잔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 중에는 어렸을 적에 금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다던가, 자신이 그렇게 해야하는 명확한 이유가 내면 속에 존재합니다. 비난이나 조롱을 받으면서 까지 자신의 행동을 고수해야한다면 분명 그 이유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비난 받으면서 까지 그 행동을 하는 그 사람은 홀로 그렇게 하기에 외로울 것이며, 그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금적적으로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금전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거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의존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밖에서 펑펑 쓰는 남편 뒤에는 항상 먹을거 못먹고 아껴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부인이 있습니다.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경우입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의 경계선은 항상 애매합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이기에 그 삶 자체에 대한 판단도 시점과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입니다..


직장 상사가 직장 후배들을 위해 개인 돈까지 털어서 회식까지 해주면 그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주 통이 큰 직장 상사이지만, 그 돈을 아끼기 위해 택시탈 것을 버스타고... 몇백원 아낄려고 자존심 굽혀가며 물건 값을 까는 아내에게는 분명 대책없는 가장의 행동일 것입니다. 동일한 사람에 대해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관점의 변수 입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몇년 동안 새옷하나 사입지 않던 시장 김밥집 할머니가 그 시점에는 쪼잔하다고 평가받던 존재가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니 그 사람은 인덕이 후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됩니다.  동일한 사람에 대해 어느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점의 변수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한 판단이란 관점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인셈이죠. 변수이기에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거나 빠질때마다 판단 결과가 달라지는 가변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원인과 결과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정확하게 분석을 해야 합니다. 아니 그렇게 모은 정보 자체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한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위에 쪼잔한 사람들을 보십시오.. 택시 타도 될 것을 힘들게 버스를 탄다면... 하루에 할일도 많은데 가계부를 보고서 10원하나까지 계산하는 분이 있다면... 밥 한끼 아끼기 위해 라면으로 떼우는 일이 있다면.. 몇 년째 같은 옷.. 같은 신발을 신고 있다면... 남들 다 가는 커피전문점의 커피 값이 아까워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분명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적 가정 환경이 어려웠거나.. 그렇게 아낀 돈으로 나중에 사회에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아껴야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줄 수도 있으며.. 그렇게 조롱하던 상대방이 나중에 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조롱에 앞서서 왜 그렇게 상대방이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하다면 판단을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우린 그럴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난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인이 남편을 이해하도록 노력했다면.. 반대로 남편이 부인을 이해하도록 노력했다면 두 사람의 경제적인 목표는 동일했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입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였고, 상대의 비난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더 확고히 고수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둘은 너무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언제나 비난은 쉽습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실세계의 우린 어려운 것보다 쉬운 것을 선택합니다... 애석하게도..


그래서 연인 사이에.. 부부 사이에.. 상대에 대한 경제적 관점의 이해보다 늘 비난을 앞세우다 보니까 두 사람의 사이는 점차 멀어지게 됩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이상적인 목표를 말하기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에 앞서.. 상대방이 왜 그런 관점과 행동을 하는지 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관점 차이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있은 후에 목표 뿐만 아니라 방법의 일치를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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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이트 모네타에서 퍼온 글.
언제 어느 시점에서나 처해있는 현실은 직시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낌없는 배려가 있다면
현실도 그리 팍팍하지는 않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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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추돌이

2007/09/27 15:05 2007/09/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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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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