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개의 공감
김형경
한겨레출판
2006년 12월
사진출처: YES24
2007년 도서분류: 역사/철학/사상 2
소설가 김형경과 처음 마주 대하게 된 것은 꽤나 오래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한 지인에게 그녀의 소설인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선물해주었던 것이 군대가기 전이니까 적어도 3~4년은 된 셈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소설가 김형경의 작품 중에 읽은 것은 딱 하나 '사랑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설은 머릿속에 꽤나 구체적으로 남아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주인공에 대한 심리묘사가 꽤나 전문적이어서 가히 경탄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정신분석학에 남다른 조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자연스레 그러한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정신분석을 하는 소설가라는 것이 특이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그녀가 전 이프 부사장인 박미라 씨와 같이 한겨레에서 심리상담코너를 맡는다고 했을 때 적어도 내게는 소설가가 그런 상담 칼럼을 맡는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글쟁이 반열에 오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인정했을 정도로 그녀는 '전문가보다 나은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으레 신문 연재란이 그렇듯, 그녀의 상담코너도 하나의 책이 되어 '천개의 공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묶여져나왔다.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소통과 Communication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목하고 있던 김형경의 책 출간 소식은 꽤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개의 공감'속에서는 정말로 오랫만에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게 되는 문제인 자아에 관한 문제, 가족에 관한 문제, 연애에 관한 문제,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문제들을 저자는 정신분석이라는 틀을 빌려 해결 방법들을 풀어낸다. (해결 방법이라기보다 관계맺음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준다는 점에서 치유 방법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평소에 생각도 못한 부분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아기에 아기들이 가지는 감정과 그에 대한 부모의 반응, 유아기에 맞게 되는 부모에 대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그 해결과정 등이 얼마나 사람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렇게 점점 새로운 논리와 맞닿아가면서 나도 몰래 현재의 내 모습에 영향을 미쳤던 과거의 일들을 찾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내 안에는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또다른 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마음속에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상처들을 감싸안는 시작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래전에 봤던 '아일랜드'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네 주인공이 흑백의 화면 속에서 상처받았던 자신의 어릴 적 모습들과 조우하는 장면이 이제는 더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해가 된다.
인생을 보는 또하나의 틀로서 '정신분석'은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모든 이가 정상이고 완벽하다는 통념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고, 마음 어딘가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한 설명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정상이야!"라고 외치는 사람보다는, "나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부족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있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따스함을 품고 있는 글들을 통해 아픔을 가진 이들로 하여금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