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 두산과 올림푸스 PPL이 지나치게 부각된다 싶어 약간 우려스러웠는데 결과적으로는 '역시나 명불허전' 이었다. 잔잔한 멜로의 대가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이 잘 발휘된 한중합작영화.
영화의 배경은 100% 중국 사천성 청두(성도)이다. 청두로 출장을 가게 된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정우성)이 유학시절 첫사랑인 메이(고원원)을 만나 옛 사랑의 추억을 돌이켜본다는 줄거리인데, 초반 분위기는 예고편에서 언뜻 내비친대로 지나가버린 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풋풋하게 잘 그려내준다. 그러다가 메이의 비밀(스포일러니 패스)를 알게 된 후 위기가 찾아오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을 예감하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영화 자체의 흐름은 언뜻<비포 선셋>을 닮아있다. 과거 이야기를 들춰내면서 서로의 기억을 맞춰가는 부분이 매우 흡사하다. 배경만 파리에서 청두로 옮겨왔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정우성과 에단 호크의 싱크로율도 꽤 높다) 여기에 아슬아슬하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쥰세이와 아오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메이가 입고 나오는 두보초당 안내원의 옷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차단속원 심은하의 유니폼이 보인다. 영화를 조금만 보다 보면, 나같이 이런 류의 멜로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환호성을 내지를 영화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금새 들게 된다. 그야말로 정통 허진호 멜로의 인터내셔널 버전.
한편 포털사이트들을 살펴보니, 청두의 두보초당이 주요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에 몇몇 네티즌은 '대한항공 광고같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두보초당보다 영화가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 사천 대지진이다.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비행기로 몇 시간 거리도 되지 않는 우리들은 얼마나 그 아픔에 동참해주었을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호우시절'의 핵심 복선으로 작용하는 '사천 대지진을 겪은 중국인들의 아픔'을 영화가 잘 살려내주었다는 생각이다. 아직 개봉 초반이기는 하지만 관객 반응이 좋으니 조심스럽게 흥행이 예상되는데(정우성 출연작 중 이런 스타트는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사천 대지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마음을 공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한표를 주고싶은 생각이다.
정우성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고원원은 명문대 출신의 지적인 이미지로 인해 중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도 그와 같은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메이 역 속에 무리없이 녹아들어갔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자주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두고봐야 할 일. ^^
굳이 옥의 티를 찾자면 앞서 언급한 초반 PPL과, 두 주인공의 영어 발음 정도? 정우성에게 <국가대표>에서 하정우나 <G.I. 조>에서의 이병헌 정도의 발음을 기대하기에는 영어 대사량이 너무 많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내년 휴가때 가고싶은 곳에 중국 청두 두보초당도 포함됐다는...^^;
올해 스물 여섯번째 영화
배추의 별점 ★★★★☆
이런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
'비포선셋', '냉정과 열정사이' , '8월의 크리스마스'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