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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apore, 2005) Changi Airport



여행자에게 공항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공간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도 이야기를 하더군요. 여행에서 가장 긴장되고 흥분되는 순간은 목적지로 떠나는 비행기에 앉아있는 순간이고, 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앉아있는 순간이라고 말이죠. 100%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공항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첫 경험은 너무나 중요해서, 어찌보면 여행 내내 해당 국가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쾌적하고 시원한 공항에 도착해 입국 게이트에 있다 보면 앞으로 펼쳐지게 될 미지의 세계가 그렇게 기대될 수가 없는데, 통상적인 개념의 공항과는 거리가 먼, 에어컨도 없는 무슨 버스 터미널 같은 작은 공항에서 짐을 찾고 있다 보면 시작부터 울컥(!)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공항은 어디일까요? 사실 팔은 안으로 굽어서인지, 다른 나라의 여러 공항들 보다 인천공항은 참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출발이 주는 설레임과 도착이 주는 안도감의 기억들을 차곡 차곡 쌓아둔 공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만은, 전체적인 시설 면에서 보더라도 외국의 어느 공항에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공항입니다. 그러므로 인천공항은 공항 비교 측면에서 제외하는 게 좋겠습니다. ^^

다음으로 좋은 공항을 고르라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공항들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상해 푸둥 공항 정도가 되겠는데 그래도 결국 가장 인상적인 공항을 들라 하면 싱가폴 창이 공항을 들 것입니다. 싱가폴 창이 공항에서 항공편을 갈아타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항상 즐거운 기분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창이 공항은 참 괜찮은 공항입니다. 트랜짓 시간이 길면 두 시간 정도 투어버스를 타고 싱가포르 시내를 구경해볼 수도 있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면세점과 그 사이사이에 있는 휴식공간들이 참 고객친화적, 자연친화적인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됩니다. 싱가포르라는 작은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공항 치고는 너무 호화롭지 않은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이니까요. (그런 생각이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창이공항은 첵랍콕 공항을 제치고 2006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뽑혔습니다.)

그런 생각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더욱 짙어졌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도착한 방글라데시 다카 지아 국제공항, 그리고 출국할 때 이용한 인도 콜카타 국제공항은 국제공항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창이공항과 은연중에 비교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카와 캘커타 공항은 참으로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그나마 에어컨이라도 설치되어 있는 것이 다행이라 할까요? (2005년에 방문했던 인도 방갈로르 공항은 에어컨도 없었다는...)

다카 공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외국인으로서 쇼핑할 만한 물품을 찾기도 어렵고, 물가 역시 저렴해서 큰 돈을 쓸 일이 없었던 다카에서는 50달러 만 생활비 용도로 환전했는데도, 콜카타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약 1,700타카(약 26달러)정도가 남아있었습니다. 어차피 인도에 가면 휴지로 변하는 돈이기에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려 했더니 점원이 자기네들은 미국 달러화만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포기하고 면세점을 나가려는 찰나에, 점원이 다가와서는 방글라데시 돈을 얼마 정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1,700타카 정도가 있다고 하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는 16달러 이내의 물품을 사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스위스 초컬릿 하나가 정확히 16달러이길래 그걸 집어 셈을 치렀더니 점원이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원래 불법인데 내가 특별히 외국인인 네게 편의를 봐주어 물건을 내주는 거야"

10달러 상당의 방글라데시 돈은 아마도 그 점원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겠지요. 출국을 하면 못 쓰게 되는 돈을 가지고 초컬릿 하나는 건졌으니 여행객 입장에서 나쁜 거래는 아니었습니다만, 그 돈이 좀 더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는 곳에 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좀 더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공항에서나마 바라는 것이 아직 방글라데시에는 지난한 일이었을까요.

귀국하는 길에 창이공항에 들렀을 때, 어머니와 동생 선물을 샀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했으니 정확히 금액이 떨어졌고, 쓸모없는 돈은 1원 한 푼 남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의 주요 허브 공항으로써 싱가포르가 제 호주머니에서 가져간 돈은 다카 공항보다 몇 배나 되었지만, 그로 인해 불쾌한 느낌보다는 친절한 서비스에 흐뭇하게 선물 꾸러미와 함께 집에 돌아가게 된 셈입니다.

돈이 돈을 몰고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투자와 정책이 없었다면 그 돈은 결코 싱가포르로 흘러들어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여행을 다녀오는 도중에 엄청난 금액을 쏟아놓고 가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그야말로 멋진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 모델이 싱가포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결실이라면, 하루빨리 다카나 콜카타 공항 역시 그런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하길 바래야겠습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부가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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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계급의 형성인가? - 싱가포르의 내외국인 격차 확대

Posted by 배추돌이

2007/08/11 13:08 2007/08/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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