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남아시아 여행 - 싱가포르 / 07.08.04

(Singapore) Color of youthhostel
싱가포르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재작년 인도 자원봉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틀 간 싱가포르에 머물렀었고, 이번엔 공교롭게도 인도로 향하는 길에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싱가포르는 여전히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시국가입니다.
게다가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이전에 유스클립에서 같이 활동했었고 지금은 현지의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일하고 있는 민영 선배가 하루종일 정말 멋진 가이드가 돼 주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값싸고 저렴한 유스호스텔 예약에서부터 센토사 등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여행지 대신 아시아 문명 박물관과 식물원 등을 같이 둘러보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싱가포르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답니다. 멋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하루 여행을 했으니 제 쪽에서 응당 사례를 해야 하는데, 후배가 싱가포르에 왔다고 모든 경비를 부담했으니 정말 고마우면서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

(Singapore) Peaceful afternoon
혼자 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과 다니는 여행이 나은 법입니다. 지난 번 싱가포르 방문이 센토사 섬이나 오차드 로드를 돌아보는 겉핧기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싱가포르를 맛볼 차례였습니다.
하루종일 민영누나와 돌아다니며 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싱가포르의 주거시스템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전세라는 독특한 주택임대방식이 없는 싱가포르에서 주택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월 70~80만원에 달하는 높은 월세,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선배 역시 그렇 살고 있는데, 월세로 나가는 돈이 눈물나게 아깝다나요. 임대료가 높다보니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조금 무리해서라도 집을 매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외국인의 주택구입률이 증가하면서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도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답니다.

(Singapore)Dabbling in a Jet of Water
문제는 이렇게 싱가포르 거주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증가하면서, 싱가포르 내국인의 불만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 금융 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 답게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내국인과의 임금 격차도 심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거주목적이든 투자목적이든간에 싱가포르 내의 고급주택들을 구입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지어진 국민주택에서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있는 내국인의 경우, 당장 거주의 문제는 해결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는 여타 개발도상국보다 한결 나은 주택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싱가포르 국민들의 꿈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국민주택 대신 쾌적한 콘도미니엄에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적은 임금을 모아서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시점에는 이미 주택들이 모두 외국인에게 팔렸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전 거래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평생의 꿈인 내집마련을 현실화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내국인들의 불만이 증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그렇다고 더 많은 외국인들을 유치함으로써 국제도시로 거듭나려 하는 싱가포르 정부가 쉽게 이 문제에 개입하려고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싱가포르는 그저 마냥 깔끔하고 쾌적한, 관광하기에 좋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숨쉬며 살아가는 또다른 삶의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삶의 무게를 버텨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Singapore) Coffee Break in Clarke Quay
Posted by 배추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