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은 어디?


페이스북에서 Tripadvisor라는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해서 프로필에 올려놓고, 블로그에도 퍼왔습니다. 간단히 말해 여행 사이트인데, 지도에 자신이 다녀온 도시를 표시할 수 있어서 어딜 다녀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더군요.

지금 인도네시아 발리에 출장을 와 있는지라 발리까지 업데이트했더니, 제가 그동안 다녔던 나라는 총 17개국, 도시는 58개 도시가 됩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지역이 많고, 그 다음은 유럽, 그리고 이번 여름에 다녀왔던 오세아니아도 핀으로 찍혀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첫번째 해외여행의 설렘도 잊혀지지 않지만 막상 정리해보니 그새 이렇게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녔었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그리도 지도상에 발자국을 찍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과연 나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통해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더군요.

꿈을 갖고, 실천할 생각을 해야 꿈이 이뤄지는 법입니다. 주어진 여건상 남들처럼 한번에 세계일주를 하진 못하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해년마다 여행을 이어가서 종국에는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그런 꿈을 꾸어 봅니다. 그때가 아마 제 여행의 끝이 되겠지요?

지도를 보니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이 텅 비어있는 것이 자꾸만 눈에 밟히고 아쉽습니다. 일단 남미는 워낙 지구 반대편이니까 조금 뒤로 미루고, 내년에는 아무래도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들이 열심히 우물파고 있는 케냐든, 척박하다고 소문난 서아프리카든, 아님 월드컵이 열릴 예정인 남아공이든 2010년은 스스로에게 '아프리카의 해'로 선언할 생각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남은 시간동안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겠습니다. ^_^  

Posted by 배추돌이

2009/10/22 01:20 2009/10/2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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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중국어 학원에서 회화수업을 듣는데, 본문이 다통(大同, 대동)에 갈까 아니면 뤄양(落陽, 낙양)을 갈까 하는 내용이었다. '다통에는 윈강석굴도 있다'는 내용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멋모르고 갔던 일본 자매결연 학교 방문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첫번째 해외여행은 대학 2학년때 갔던 중국여행이었다. 지금도 베이징 수도공항에 막 비행기가 닿았을 때의 막막했던 느낌이 여전히 느껴질 정도로, 첫번째 중국여행의 추억은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첫번째 중국여행의 코스는 베이징-내몽고 초원-다통-시안-쑤저우-항저우-상하이였다. 약 20여 일, 3주 정도의 코스였으나, 그 짧은 기간동안 체중이 6~7kg나 빠질 정도로 첫 배낭여행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급 중국어 수업 달랑 하나 듣고 갔으니 말이 통할 리도 없었고, 음식도 너무 기름져서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던 터에 물까지 안맞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디카가 막 나왔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쓰던 자동필름카메라를 가지고 필름 아까워해가며 사진을 찍었었고, 폼나게 흑백 필름 쓴다고 가져갔다가 내몽고 일출을 흑백으로 찍어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3주 동안 같이 다닌 대학 동기랑은 매일 여행 경로를 짤 때마다 네 말이 맞다 내 말이 맞다 티격태격하면서 다니기 일쑤였는데, 항저우 쯤 와서는 정말 '서호에 밀어버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많이 싸웠다. 

중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그 이후에도 두어 번 중국에 더 다녀갔기에 중국은 언제나 나와 가깝게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내 마음같이 흐르지 않는다. 마지막 중국여행을 다녀온 것도 벌써 7년 전 일이다. 이제는 서른을 바라보는 직장인이 되었다. 또 그동안 중국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또 한번 성장했다. 다시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저질 체력으로 인해 첫 여행과 동일한 느낌을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

영화 <호우시절>의 엔딩 크레딧을 보지는 못했으나,
두보의 시 '춘야희우'가 자꾸 눈에 밟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다 좋은 때가 있는 법이다.
여행도, 사랑도...

평생 다시 오지 않는 오늘을 후회없이 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겠지?


------------------

춘야희우 []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야경운구흑)
(강선화촉명)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오언율시()이며, 제목은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뜻이다. 두보가 50세 무렵 지금의 쓰촨성[] 청두[]에 완화초당[, 두보초당()이라고도 부름]을 세우고 머물 때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금관성()은 청두의 옛 이름이다.

당시 두보는 몸소 농사를 지으면서 그의 생애에서 가장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봄비에 대한 반가운 느낌이 더욱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봄의 희망을 생동하는 시어에 담아 비 내리는 봄날 밤의 정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명시로 꼽힌다.

네이버 두산대백과사전

Posted by 배추돌이

2009/10/13 09:46 2009/10/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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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에서 맨손으로 돌아오다

이번 여름휴가를 마치면서,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Canon 5D 카메라를 팔아버렸다. 2년 새 엔화 환율이 많이 오른 탓에, 가격도 꽤 잘 받을 수 있어 아쉬움없이 입양보냈다.

2년간 5D를 썼지만, 정말 좋은 카메라인 것만은 틀림없다. Full-Frame이라는 극강의 장점을 갖고 있어 현재 나와있는 DSLR들로도 같은 풀프레임을 채택하지 않는 이상은 화질 측면에서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덕분에 나같은 아마추어도 사용하는 동안 좋은 사진들 몇 장은 건질 수 있었던 게 아닐런지...

다만,,
너무 무겁다. 회사 입사 후 불어가는 몸매와 저질 체력으로는 하루종일 어깨에 메고 다니기가 점점 힘겨워져서 이번 호주여행에서 돌아오면서는 정말 심각하게 매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로보는 장착할 생각도 못했고, 바디에 24-105렌즈만 들고 다녀도 두어 시간 지나면 어깨가 아파서 원...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장비가 좋아진다고 해도 사진이 그에 비례해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사실 예전 올림푸스 c5060wz, 펜탁스 *istDS2를 쓸 때 찍은 사진들이 비록 화소수는 적지만, 그때도 괜찮은 사진들은 꽤나 있었다. 다만 '밝은 렌즈'와 '넓은 화각', '높은 ISO'를 통해 그 카메라들로는 찍을 수 없었던 사진들을 건질 수 있다는 것 뿐, 쨍쨍한 주간에는 오히려 똑딱이 카메라가 더 나은 해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사실에 정작 중요한 것은 사진가 개인의 실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당분간 DSLR은 쳐다보지도 않을 작정이다. 어차피 5D를 경험한 이상 풀프레임이 아닌 바디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며, 막투나 알파900등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의 가격은 부담스러운 편이다.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한 1년 정도는 40만원짜리 똑딱이 카메라 갖고 좀더 수련하는게 맞겠다는 생각. 최근에 나오는 삼성 VLUU 시리즈는 그런 내 생각을 받쳐줄만큼 괜찮다는 것도 개인적인 느낌.


마지막으로, 호주서 남긴 5D의 마지막 유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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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추돌이

2009/09/10 09:13 2009/09/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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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바람


남도 일몰
강진에서 마량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닷가 연인
해남 땅끝마을


남도 일몰 II


강진 영랑생가
모란이 피기까지는...


마량항


해남 대흥사

봄이 다가오고 있다.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봄은 벌써 싱긋 웃으며
문앞에 와 있었다.
봄이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9/03/17 21:11 2009/03/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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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iCon 뉴욕

배추 그리고 영혜와 함께 걷는 뉴욕 (4)
10월 6일(월)

오늘의 경로: 브로드웨이 42번가 - 록펠러 센터 - NBC 스튜디오(투어) - 라디오시티 극장 (투어) - 5번가 - MoMA - 애플스토어 - 엠파이어스테이트 전망대


아침일찍 나가서 하루종일 걸어다니다 숙소에 들어오면 뻗어 자다보니 실시간 연재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나마 오늘은 조금 여유있게 돌아다녀 그런지 체력이 좀 남아서 정리하는 마음으로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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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love NY?


여행을 계획한 이래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뉴욕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지 뉴욕' 같은 실용 여행서나 이런저런 여행기도 읽어보았지만,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뉴욕 미술과 건축, 문화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게 되더군요. 이번 여행 때 가져온 유일한 책 역시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의 '뉴욕미술' 책입니다. 그만큼 한국에 소개된 뉴욕의 이미지는 문화, 그것도 19세기 이후의 근대 대중문화와 밀접하게 연결지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이주헌씨는 이렇게까지 말하더군요. '뉴욕과 파리는 근대문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만 하는 곳이다!' (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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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브로드웨이, M&M과 Hershey's가 나란히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하철 42번가 역에서 내려 위로 올라가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정신없는 네온사인 간판들이 오히려 다른 미국의 거리들보다 한국과 더욱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밤도 아닌 대낮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미술관 투어에 사용할 뉴욕 패스를 사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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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앞 - 삼성 로고가 보인다


42번가 타임스퀘어에는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오기 때문인지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여행자들을 위한 패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안내소에 가서 패스 가격을 물으니 2일권에 자그마치 99$!! 가지고간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것 보다 또 오른 가격입니다. 안타깝게 3일권은 모두 다 팔렸고 2일권만 해도 꽤 비싼 가격이라 2일권으로 결정했습니다.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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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록펠러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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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록펠러 센터


패스를 구입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록펠러 센터(현지인들 발음으로는 롸커펠러 센터)입니다. 다름아니라 이곳에 아톰양이 가장 가고싶어 한 NBC 스튜디오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하철역에서 나와 막 NBC 스튜디오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마침 스튜디오 앞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 명은 유명한 NBC 아나운서이고 한명은 배우인데 자기도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촬영 진행중일 때 양 쪽에서 알바들 써서 길 막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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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스튜디오 앞에서 인터뷰중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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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양 서비스 사진 한 장-


촬영현장을 지나쳐 옆으로 가니 NBC Experience Store가 있습니다. 아톰양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한데, 상업방송이라서 그런지 자사 드라마와 TV쇼를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들을 활용한 다양한 팬시상품들을 팔고 있더군요. 히어로즈에 나오는 주인공들 피규어 인형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는 ER에서 나오는 수술복도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TV드라마 시리즈가 갖는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는 생각입니다. 지나친 상품화는 지양해야겠지만, 문화산업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톰양과 같이 나눴습니다. 한국에서도 '미드'들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한류열풍을 전세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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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Experience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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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부 -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NBC스튜디오 투어를 예약해두고 나서 록펠러 센터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소방차 위에 높다랗게 미국 국기가 펄럭입니다. 알고보니 오늘 소방서에서 소방안전의 날(Fire Safety Day) 기념 행사를 이곳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뉴욕경찰을 NYPD라고 하는 것과 같이, 소방대원들은 FDNY라고 칭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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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방서 마스코트는 바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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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소방관 모자도 나눠줍니다-


NBC 스튜디오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았길래 뉴욕 패스로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근처의 라디오시티 극장 백스테이지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하려고 보니 주변에는 온통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OTL 유서깊은 극장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는 없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투어를 따라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극장 내부는 꽤 멋졌습니다. 99년에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했고, 6천 석이나 들어가는 미국 최대의 극장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합니다. 들어갔을 때 내부에서는 저녁에 있을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극장은 우리가 미국적인 것 하면 흔히 떠올리는 Rockette 공연으로 유명한 극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투어 마지막에는 공연단의 일원이 나와서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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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 City Music Hall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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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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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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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집단 댄스로 유명한 곳.. ^^;


극장을 돌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서 어느 새 NBC 스튜디오 투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급히 빠져나와 이번에는 NBC 투어에 동참! 록펠러 센터 내 GE빌딩 안에 있는 NBC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검문검색이 까다로워 들어가는 데 시간이 좀 오래걸렸습니다. (벨트도 풀어야 하고..) 투어에 참여하면 조정실을 보고, 직접 모형 스튜디오 안에서 뉴스 진행과 기상 캐스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체가 다 하는 건 아니고 20여명 쯤 되는 투어 참가자 중 두 명을 뽑아서 진행하지요. 사진도 찍는데, 나중에 투어 마치고 돈 내고 사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퀄리티에 비해 살 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방송국도 이런 투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공유했지만, 그때는 NBC투어보다는 솔직히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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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빨간색 차양있는 건물이 5번가 까르띠에 매장


이제는 오늘의 메인(!) 코스인 MoMA(Museum of Modern Art, 뉴욕근대미술관) 관람입니다. 오래 걸어 주린 배를 스타벅스에서 간단한 요기로 때우고 MoMA에 들어갔습니다. 피카소, 미로, 세잔,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에서부터 워홀, 폴록, 리히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그야말로 시장 좌판처럼 널려있더군요. 미술애호가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이곳 MoMA입니다. 전체 6개 층 중에 4층과 5층에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고, 3층에서는 사진전등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찾아가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MoMA가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고흐 특별전은 뉴욕패스 티켓으로 볼 수 없어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4, 5층에 있는 고흐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티켓 값은 뽑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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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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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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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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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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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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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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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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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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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


나갈 때쯤 되어서 보니 2층 고흐 특별전 옆에서 만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조명을 한껏 멋부려 쓴 만찬장이 꽤나 멋졌습니다. 3층 사진전에서도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 MoMA에서 이런 사진전을 하는 작가나, 특별전 만찬에 초청받는 명사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꿈과 다름없을텐데 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지 괜히 한 번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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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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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특별전 기념 만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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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대충 서있는 게 로댕의 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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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사진 특별전


MoMA는 뉴욕의 중심가인 5번가에 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관람을 마친 후 위로 방향을 틀어 5번가 시작점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가 보기로 했지요. 투명한 정사각형 유리 안에 있는 애플스토어에는 MoMA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더군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였습니다. 색색의 iPod과 다양한 제품들을 체험하고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인해 절로 '나도 하나 살까?'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무서운 지름신의 안마당이더군요. 덕분에 저도 스피커 하나를 구매할까 말까 깊은 고민을 하다가 겨우 지름신을 이기고 걸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애플, 그리고 잡스의 혁신적인 상상력이 상거래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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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애플스토어(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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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광고, 예술작품이나 다름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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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과 싸우는 아톰


밥먹는 것도 잊고 5번가를 걸어내려오다가 결국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겨우 도착한 곳은 오늘 여정의 마지막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생각보다 줄은 길지 않았으나, 86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더군요.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밖에 나오니 멋진 맨해튼의 야경이 펼쳐졌습니다. 추워서 얼마 못보고 들어와야 했지만, 지금까지 봤던 도시의 야경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풍경이었습니다. 왜 수많은 영화에서 이 곳이 마지막 프로포즈의 공간으로 그려졌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현장에 와 봐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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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야경을 끝으로 4일째 여행은 끝을 맺었습니다. 짧게나마 오늘 느꼈던 것을 정리하자면, 19세기 유럽의 문화적 상상력을 들여오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던 미국이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확립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미드'와 'iPod'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귀결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러한 상상력이 애플스토어에서 보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아무리 금융위기가 오고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이와 같은 상상력의 첨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꽤나 세계적인 지도력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부분이 바로, 우리가 배워가야 할 부분이겠지요? 미국이 유럽에 대해 그랬듯 말이죠. (결론이 너무 상투적인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졸려서 이만 ㅋ)


* 참고로 5일차는 다음과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 구겐하임 미술관 - 렉싱턴 애비뉴 - 브로드웨이 '위키드'공연








Posted by 배추돌이

2008/10/09 13:53 2008/10/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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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시간은 흘러간다

뉴욕의 시간은 흘러간다

배추 그리고 아톰과 함께 걷는 뉴욕 (3)
2008년 10월 5일

오늘의 경로: 트리니티 교회 -> 월스트리트 ->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 -> 트라이베카 -> 차이나타운 -> 로워 이스트사이드 -> 이스트 빌리지 -> 리틀도쿄 -> 5번가 -> WTC 사이트

오늘은 월스트리트에서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점심나절에 들렀던 월스트리트는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꽤나 한적하더군요. 실제로 보면 트리니티 교회에서 반대쪽 끝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까지 걸어서 5~10분이면 닿는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이 짧은 길에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나왔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야 월스트리트가 초래한 최근의 경제위기가 빨리 극복되어 주가도 다시 상승하고 펀드 깨먹은 것들도 좀 회복하고 그랬으면 좋겠으련만, 오늘 한국발 뉴스들을 보니 당분간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어서 슬쩍 걱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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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멀리 트리니티 교회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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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말도많고 탈도많은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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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Stock Exchange in Wall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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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교회가 트리니티 교회, 오른쪽이 미 연방정부청사 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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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의 대형 성조기

월스트리트는 뉴욕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도심이라고 하지요. 위치로 보니 당연한 귀결로 보입니다. 사우스시포트 항만에서 바로 옆으로 뚫린 대로가 월 스트리트이더군요. 배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해서 처음 항구를 만들고, 길을 내고 하던 수백년 전의 미국인들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제는 마천루로 뒤덮여있지만, 그들의 시작도 처음에는 참으로 소박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웬지 더 정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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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시포트 쪽에서 바라본 월 스트리트

항구는 그리 크리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항구와는 다르게 생선이나 이런 것을 파는 곳은 아니더군요.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서 그런지 항만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근처는 아베크롬비, 게스, 코치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쇼핑몰화 되어 있었습니다. 항구를 따라 이어진 길에는 여느 관광지와 같이 'I Love NY' 티셔츠 판매상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길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variation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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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lov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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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정박해 있는 범선(진짠지 가짠지..)

항구 쪽에서 다시 도심으로 발길을 돌리니, 인도계 이민자들이 주최하는 길거리 축제가 막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진한 마살라 향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꽤나 흥겹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한국계 이민자들도 추석 즈음이면 이곳에서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곤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침부터(이미 12시를 지나긴 했지만) 기름진 인도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어제 실패했던 '정통 뉴욕 브런치 집 - 볼리'에 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또 사람이 줄지어 늘어서있네요. 아무래도 이곳은 우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곳인가보다- 하고 택시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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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조그만 브런치 가게 '브라운Brown'에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군요. 역시 어딜가나 맛집에는 사람들이 들끊나 봅니다. 할 수 없이 여기에서도 20~30분을 기다려 식사를 했습니다. 샐러드, 프라이와 빵, 그리고 연어/소시지, 치즈, 그리고 라바짜 커피가 나오는 브런치 한 끼 가격은 12~13달러. 한국에서 파는 브런치와 비슷한 가격입니다만 훨씬 모양도 좋고 풍성해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도 모르지요. 맛있게, 감사하게 잘 먹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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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빌리지 가는 길


차이나타운에서 로워 이스트를 지나 이스트 빌리지로 향했습니다. 이곳도 예전에는 소호처럼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집세가 너무 올라서 다들 떠나버린 곳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민자들이 차려놓은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고, 뮤지컬 'Rent'의 무대가 되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맨하탄의 다른 곳보다는 훨씬 주택가 같은 분위기이고, 첫날과 둘째 날 들렀던 웨스트 빌리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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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빌리지


중간에 예전 동유럽계 이민자들이 근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와서 식사를 했다는 식당 '카츠KATZ' 에 잠깐 들렀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역할 정도로 고기 누린내가 많이 나서 '이사람들 도저히 어떻게 식사를 하나...'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식습관의 차이는 참으로 큰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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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노동자들의 식당이었던 카츠-

이스트 빌리지를 막 빠져나오려는 즈음, 재미있는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The American Dream is A LIE'라고 쓰여져 있는 낙서였지요. 한국, 일본, 동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 뉴욕, 이스트 빌리지로 찾아든 사람들의 꿈과 좌절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애잔해졌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이든, 코리안 드림이든 간에 꿈을 잃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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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erican Dream is A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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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이스트빌리지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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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로 범벅이 된 벽과 전단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길을 걷다보니 발길은 어느덧 건축대학인 쿠퍼 유니언 근처인 리틀 도쿄로 이어집니다.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한 블럭정도밖에 되지 않는 일본인 거리인 리틀 도쿄는 규모가 작아 그런지 대학가 앞의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국 음식점들도 간간히 보이고, 재미있게도 '레드망고'가 들어와 있더군요. 듣자하니 한국의 아이스베리를 카피한 '핑크베리'와 완전히 같은 '레드망고'가 이곳 뉴욕에서 요새 인기를 끌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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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망고- 괜히 반갑지요?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해서 다운타운은 대략 다 둘러본 셈이라 어디를 갈까 하다가, 번화가인 5번가에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센트럴 역에 도착하니, 영화에서 자주 보던 광경이 나타나더군요. 역에서 나오면 그야말로 높디높은 마천루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한 멋진 빌딩들이 많아서 쉴새없이 위를 바라보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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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센트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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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에서 바라보는 높디높은 마천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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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에 있는 H&M, 붉은 로고가 두드러진다


길을 걷다보니 시끌시끌한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해서 봤더니 폴란드 이민자들의 축제 행렬입니다. 카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어 보니 '미스 폴란드'가 손을 흔들며 지나고 있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붉은 POLSKA 옷을 입은 사람들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인도 이민자들, 동유럽 이민자들, 폴란드 이민자들의 흔적을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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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번가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뭐니뭐니해더 브라이언트 파크더군요. 센트럴 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이지만, 높은 빌딩숲 사이에 이런 녹지가 떡하니 있는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쯤 될 법 한데, 차도와 인접하지 않고 있고 잔디밭에 마음놓고 들어가 쉴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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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의 오후

하릴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결국 쇼핑은 못하고 장을 봐서 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WTC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다 보니 첫날 갔던 그라운드 제로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공사현장으로 변한 이곳에 쌍둥이 빌딩이 있었다면 아래와 같은 사진은 절대 만날 수 없었겠지요. 오늘 내내 그렇게 멋지고 좋아보였던 뉴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상처와 맞닥뜨리게 되자, 다시 한번 마음이 숙연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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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일 일정을 체크하다고 깨달은 게 있었지요. 오늘이 바로! 뮤지컬 Avenue Q를 예약해뒀던 날이었던 것입니다. 130달러를 그냥 허공에 뿌려버린 셈이지요! ㅜ.ㅜ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그랬는지, 깜빡 잊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리 아쉽지 않습니다. 오늘의 뉴욕 거리탐험은 적어도 그만큼의 가치는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배추와 아톰은 이곳 뉴욕에서, 매일 하나씩 둘씩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은 또 무엇을 얻고 깨닫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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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기다려집니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10/06 21:29 2008/10/0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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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공존, 그래서 아름다운 뉴욕

배추 그리고 아톰과 함께 걷는 뉴욕 - 두 번째 이야기

10월 4일 (토)

이동경로: 트라이베카 -> 소호 -> 차이나타운 -> 링컨 센터 -> 지그프리드 씨어터 -> 센트럴 파크 -> 그리니치 빌리지


뉴욕에서의 두번째 날입니다. 한국과 시차가 정반대인지라(뉴욕이 한국보다 14시간 느립니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때보다 훨씬 시차적응에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 아침부터 열심히 걸어다니기로 했지요. 그런데 뉴욕에 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정통 뉴욕 스따-아일 브런치를 먹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된장녀(혹은 남?)이라고 뭐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 브런치가 뉴욕의 대표적인 문화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선배의 도움을 얻어 시쳇말로 요새 뜨고(!) 있는 새로운 동네인 트라이베카 내에서도 가장 맛있는 브런치 가게인 '볼리Boaley'에 가기로 했습니다. 하얀색 외관이 인상적인 '볼리'에 가니 작은 빵집인데도 아침부터 사람이 많더군요. 그러나 아뿔싸! 볼리의 그 유명한 브런치는 11시부터 시작이었고, 저희가 도착한 시간은 겨우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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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가 유명한 '불리'


그래서 우리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근처에 있는 '주커스Zuckers'였습니다. 뉴욕 스타일의 오리지날 베이글을 파는 이곳도 트라이베카에서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아톰양은 시나몬 베이글에 크림치즈, 저는 갈릭 베이글에 에그프라이를 시켰는데 나중에 나오는 걸 보니 그야말로 크림치즈가 덕지덕지... 한국에서 발라주는 것의 서너 배는 되더군요. 보기만 해도 느끼할 정도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원래 베이글이라는 빵이 사실 유대교 음식에서 기원했던 것인데, 이젠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니 미국 내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어땠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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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로 유명한 주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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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허연 크림치즈 보이세요? 작살~

브런치를 먹고 나서 향한 곳은 소호였습니다. 예전에는 가난한 미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사실 지금은 번화한 동네로 바뀌어서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아트샵들이 많이 있어서 소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보니 MoMA 디자인갤러리가 있길래 들러보았는데, 역시나 생각만큼 '저렴하면서도' 창의적이고 독특한 물품은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간혹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이걸 왜 이돈을 주고...?'라고 생각될 만큼 비싼 가격표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오히려 MoMA 디자인갤러리 바로 옆에 줄지어 있는 파일런스Pylons등의 아트샵들이 더욱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즐겁게 눈요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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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에서 벽화 작업중인 인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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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디자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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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런스 아트샵

소호가 차이나타운과 바로 붙어있는지라, 걷다보니 길은 자연스레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길안내를 해 주던 선배가 자기가 아는 쿠바 음식점이 있는데 차이나타운에 데려 온 사람들 중에 이곳 음식이 맛없다고 하는 사람을 못봤다고 너무나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과연 어떤 음식이?' 하며 따라간 곳은 '까페 하바나 Cafe Havana'라는 조그만한 가게였습니다. 그곳에서 선배가 권한 음식이 무엇인고 하니 '파마산 치즈와 칠리 양념을 뿌린 군옥수수'였습니다. 겉모양을 보고 이게 뭐가 맛있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저는, 옥수수를 베어물면 물수록 생각을 바꿔야 했습니다. 옥수수에 치즈를 뿌려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홍대 앞에서 이것 가지고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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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하바나 - 꽤나 작은 쿠바식 커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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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문제의 그 옥수수

옥수수 간식도 맛있게 먹고 우리는 뉴욕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링컨 센터로 향했습니다. 뉴욕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에서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을 오후에 관람하기로 사전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밤과 낮'은 링컨 센터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그프리드 씨어터'라는 극장에서 별도로 상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택시를 타고 지그프리드 씨어터를 찾아 갈 밖에요... ㅜ.ㅜ 그런데 지그프리드 센터에 도착해서 영화티켓을 찾으려 하는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 티켓 예약을 구매창구 컴퓨터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짜증이 날 대로 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곳까지 왔는데 안보고 갈 수가 없어서 새로 표를 끊어서 들어갔습니다. 1인당 20달러씩이었으니, 사전 예약건이 인정 안된 것 까지 감안하면 영화 한 편 보는데 공연 한 편 보는 가격이 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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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있었으나, 우리 영화를 위한 곳이 아니었다는...

'밤과 낮'은 제가 한국에서 아쉽게 놓친 영화였는데, 이국 땅에서 외국인 관객들과 같이 보게되니 또 새로운 기분이 들더군요. 관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홍상수 감독이 의도한 대부분의 장치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고, 중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영화 자체는 연인들이 가면 남자가 타박맞기 십상인(!) 영화이니 이 영화를 보시고자 하는 연인분들은 한번쯤 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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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브로셔

 '밤과 낮'을 상영한 지그프리드 극장이 센트럴 파크 근처인지라 슬슬 걸어서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너무나 유명해서 MB가 청계천 복원할 때도 참고한 센트럴 파크 마차들이 계속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로 센트럴 파크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다름아닌 공원의 크기였지요. 뮌헨에 있는 잉글리시 가든도 가 보았지만, 이정도 규모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공원 내에는 걷는 사람, 조깅 하는 사람, 심지어는 '예수천당 불신지옥' 피켓을 든 할아버지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히 '뉴욕의 축복'이라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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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에서 빠져나오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길래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선배가 잘 안다는 이디오피아 식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메스크렘Meskerem'이라고 하는 이 이디오피아 식당은 NYU 근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주문을 하고 나오는 음식을 보니 다행히(!) 인도 음식과 거의 비슷하게 카레 비슷한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들과 빵이 나오더군요. 빵은 약간 신 맛이 났지만 그럭저럭 입맛에 맞아서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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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저는 유대인들의 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중국인들이 사는 거리를 지나 쿠바에서 온 간식을 먹었고, 한국산 영화를 봤지요. 그리고 나서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원을 지나 이디오피아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끝맺었습니다. 그야말로 조그맣게 세계일주를 한 셈입니다. 독특한 문화는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녹여내어 어느 새 자신만의 문화적 분위기를 창조해 낸 미국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 하루였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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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Posted by 배추돌이

2008/10/06 13:31 2008/10/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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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3일,
배추와 아톰은 지금, 뉴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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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뉴욕통신원을 자임한 배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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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담당 아톰양-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 '실시간 여행기'입니다. 매일 매일의 여행에 대한 사진과 감상을 그날 밤에 바로 블로그를 통해 기록해 둘 생각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직장인이 최대로 낼 수 있는 휴가일수는 보통 5일입니다. 여기에 앞뒤로 주말 이틀을 붙이고, 국경일 등의 연휴를 이용하면 최대 열흘을 휴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열흘이라는 이 시간은 언뜻 짧아보이지만, 나머지 355일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적절한 자극과 인식의 확대를 일으켜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같은 경우에는 연초부터 신년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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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뉴욕에서 보내는 휴가라니..!


1년 중 가장 귀중한 시간인 이 10일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알차고 보람있는 일일까? 골똘히 생각해보다가 미국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살면서 언젠가는 한 번 가 보겠지 하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올해에는 웬지 그 시점이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지요.

미국여행의 주 목적지는 당연히(!) 뉴욕이었습니다. 그라운드제로와 월스트리트, 그리고 브로드웨이가 있는 곳, 동시에 MOMA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들이 있는 뉴욕이야말로 현대 미국을 느끼기 위한 최적의 지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적인 여행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친한 선배의 집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는 뉴욕이 다른 어떤 곳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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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PD가 지키는 치안도 훌륭하고...


이러한 연유로 시작한 뉴욕여행, 열흘간이라는 시간이 비록 정말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금융위기 터져주시고... 원달러 환율도 지난 5년간 최고점 찍어주시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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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드리운 먹구름?



자, 그럼 오늘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대한항공 KE081편을 타고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30분 경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정확히 14시간 걸리더군요. 최신 B747-400기종이 인천-뉴욕간에 운행되고 있어 오는 동안 AVOD 시스템을 통해 영화도 골라보고 여자친구와 네트워크게임도 즐기면서 그리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사전 주문했던 베지테리안 기내식이 정말 최악이었고, 기내에 콘센트가 있다고 하여 잔뜩 기대했던 노트북 사용은 어찌된 영문인지 콘센트가 작동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가고 말기는 했습니다만..)

JFK공항에서 맨하탄 시내로 들어오는 데에는 선배가 신신당부했던 대로 줄서있는 노란택시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맨하탄까지는 45불 정액제 요금이더군요. 고속도로 이용료와 팁 포함해서 총 60불에 선배가 사는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와 감격의 상봉(!)을 한 후(우릴 위해서 그날 업무도 재택근무로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시장할까봐 김밥도 준비해 줘서 완전 감동..ㅜ.ㅜ), 집을 나섰습니다. 출발 전날 오랫만에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지인을 만나느라 잠도 잘 못잤던데다 비행시간도 길었던지라 피곤하기는 했으나, 일분일초가 아까운 여행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첫번째 방문지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배터리 파크. 약간 쌀쌀하기는 했지만 오늘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공원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가족단위로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고, 또 이들을 상대로 즉흥 공연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더군요. 저는 그것보다 아이들이 분수 위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무척 평화스러워 보여 보기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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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배터리파크를 한 바퀴 휘이 둘러본 후, 선배가 미리 알려준대로 발길을 허드슨 강변으로 돌렸습니다. 강변 건너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과 뉴저지의 건물들이 보입니다.
말이야 강이지만 실제로는 바다인 이 허드슨 강변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과 자전거랑 인라인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닙니다. 강변이라 약간 쌀쌀하기는 했으나, 사람들 모습이 다들 흥미롭고 재미있었던지라 추운 것도 잊고 계속 걸었습니다. 중간에 혼자 여행오신 듯한 프랑스 할아버지 사진도 찍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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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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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푸른 자전거 타신 분이 그 불어발음 영어 구사하신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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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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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파크 쪽에서 북쪽으로 강변을 따라 쭈욱 걷다보니 어느덧 도착하는 곳은 WFC, 세계금융센터 건물입니다. 금융센터 바로 옆에는 요트 선착장과 Sailing School이 함께 있습니다. '금융센터 옆에 부자들이나 탈 법한 요트라니, 과연!'라고 눈살을 찌푸리려고 하는 찰나, 한가로이 정박해 있는 요트 위에서 바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아아, 여기에도 사람의 노동은 제 가치를 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이상 주제넘게 남을 씹어대기(!) 보다는 그저 즐겁게 멋진 요트감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아직 타본 바 없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이 요트들은 얼마나 큰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요? 세상 사람들 누구든지 요트를 탈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온다면 저도 한 번 Sailing School에 등록해볼 요량입니다. 조건이 달성되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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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WFC에 들어가면 유리창을 통해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프리덤 타워의 공사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 끔찍한 사고가 터졌던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기 이를 데 없는, 평범한 풍경이 창 밖으로 보여지는 것이 그동안 수없이 9.11과 테러에 대해 들어 온 우리에게는 오히려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그러한 일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바로 이 곳에서? 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주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목적으로 WTC에 와 있던 많은 관광객들의 존재 뿐이었습니다.

마침 아래를 보았을 때 '우회하시오(Detour)'라는 표지판을 따라 아이들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며 테러를 일으킨 세력이든 그것을 이용한 사람이든 어른들의 이기심과 그릇된 마음으로 인해 전세계 수많은 아이들이 평화를 향한 길을 걷지 못하고 먼 길을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저 안타까움만 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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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에서 바라본 프리덤타워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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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는 아이들

WFC 건물을 나와서 우측으로 길을 건너면 9.11 당시 목숨을 잃었던 소방관들을 위한 추모 부조가 있습니다. 추모객들이 다녀갔던 듯 꽃다발이 놓여있더군요. 부조 바로 옆에 있는 9.11 희생자 추모센터는 관광객들을 위해 가이드 리플렛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텅 빈 공간이 눈 앞에 있음에도 인간에 의해 수천 명이 한 순간에 살상당하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잊는 우리들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이러한 추모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모든 사건의 원인은 인간이 때에 따라 얼마나 무섭고 잔학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잊는 인간의 습성에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희생자들에 대한 순수한 추모가 권력자나 지배세력에 의해 또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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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소방관 추모 부조와 꽃다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추모센터를 지나면 동선을 따라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Century21 아울렛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안에 들어가보니 규모도 별로 크지 않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꽤나 붐빕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충대충 걸려있는 옷들이나 진열되어 있는 제품들의 브랜드가 D&G, CK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입니다. 가격은 일반매장 가격보다 40~50%정도 저렴한 것 같습니다. Polo 셔츠같은 경우는 한 장에 25불 정도 하더군요. 아톰양은 지그시 1층 화장품 판매대에 가서 공항 면세점에서 샀던 화장품 가격을 물어보곤 비슷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

구경을 끝내고 아울렛 앞에서 기다리던 선배를 만남으로써 뉴욕에서의 첫날, 공식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여독도 덜 풀린 상태에서 그저 맛보기로 거닐었던 하루였지만, WTC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할 일은 다 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듭니다.

내일은 미리 예약해뒀던 뉴욕영화제를 보러 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 기대가 됩니다. 사진 편집하고 글을 쓰느라 쉴 시간을 주지 못한 몸뚱이가 쉽게 탈나지만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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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구제금융 하원 통과가 전세계 금융위기의 한줄기 빛이 되어야 하는데...


* 아톰 첫날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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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세요!

* 배추 첫날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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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급피곤..-_-a

Posted by 배추돌이

2008/10/04 13:33 2008/10/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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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 환전


이젠 환전을 해야 할 때다.

사실 여행시 주된 환전수단은 현금, 여행자수표, 카드 세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액도 쉽게 해외에서 찾아쓸 수 있고, 동시에 환차손도 덜 본다는 이점이 있는 신용카드의 활성화로 인해 여행자수표는 점점 매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나 아무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활성화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현금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이 오른다는 거다. ㅜ.ㅜ

2달 전 1달러에 1,000원이던 환율이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오늘 장중 디어1달러에 1,200원을 돌파했다. 1,100원대부터 시점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더이상 눈뜨고 지켜볼 수 없어 결국 환전... 고점 찍고 내려가면서 기준가 1,190원대일 때 부리나케 은행에 가서 50% 환율우대 받고 1,203원에 환전했다.

일단 오늘은 절반만 환전했고, 나머지 절반은 상황을 보아가며 좀 더 낮아질 때 구매하려고 남겨뒀다.

제발 뉴욕가서 이 돈들 최대한 덜 쓰고, 그새 환율 팍~올라서 환차익좀 보자! -_-a



Posted by 배추돌이

2008/09/29 18:02 2008/09/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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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 뮤지컬 예매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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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ue Q
Oct 5 14:00 X2
total US$ 149.50
Golden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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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cked
Oct 7 19:00 X2
total US$ 122.15
Gershwin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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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spray
Oct 9 19:00 X2
total US$ 139.65
Neil Simon Theatre


진영누나를 통해 휴가기간 중 볼 뮤지컬 세 편을 예약했다. 총 441.3 달러.. -_-;;;
오늘기준 매입환율이 1163원이니, 무려 51만원- 1편당 약 8만원 수준이니 한국과 비교하면 저렴하지만 그래도 몰아보니 지갑이 얇아지는구나 ^^;;

열흘이 길다고는 생각안했지만, 그래도 짧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뮤지컬 세 편 보고 뉴욕영화제 가고 MOMA 등 미술관 가고 하면 정말 금새 지나갈 것 같다. 아직 DC에는 갈지말지 고민중인데 시간이 과연 나려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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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15:56 2008/09/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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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여행사진 Top 40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꽤 많이 여행을 다녔고, 그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이게 쌓이다 보니 제법 숫자가 된다.
그래서 정리도 할 겸 그래도 좀 괜찮은 사진들을 골라봤다.
여전히 갈길이 먼 아마추어 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여행길 그때 그 순간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어
내게는 소중한 사진들이다.


2008년 2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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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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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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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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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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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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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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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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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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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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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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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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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가지 하나...
01년 첫 해외여행이었던 중국여행 때 찍은 사진들은 필카라 스캔이 안되어있고,
02년 캐논 파워샷 A40과 함께했던 중국여행 사진들은 하드 고장으로 날려먹고,
05년 올림푸스 5060z로 찍은 인도, 베트남, 일본여행 사진은 원본이 없다.
       그나마 싸이에서는 볼 수 있다지만, 인화가 불가능한 사이즈니 안타까울 따름.
위에 올라온 사진들은 펜탁스 *ist DS2와 캐논 5D로 찍은 사진들 뿐이다.
날아간 사진들과 함께, 내 추억도 날아가는 기분... 별로 좋지 않다. ㅜ.ㅜ
디카를 이용하는 한, 데이터 백업은 필수다 필수! -_-;

곁가지 둘,
더 많은 사진들을 보고 싶다면,
http://www.b4sunrise.pe.kr/tc/gallery

Posted by 배추돌이

2008/09/05 19:17 2008/09/0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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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과 비자, 항공권은 진작에 끝내뒀고, 이제 남은 일은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9박 10일동안 어떻게 하면 알차게 휴가를 보낼 수 있을 지 책보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 뿐.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은 여행이다. ㅎㅎㅎ
(아주 휴가에 목을 매고 있군. -_ㅜ)

Posted by 배추돌이

2008/08/21 13:32 2008/08/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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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남산

아름다운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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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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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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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름다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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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지난 주말
남산에서-

이상~ 1년만에 다시 찾은 남산 여행기였습니다. ^_^

Posted by 배추돌이

2008/08/13 14:50 2008/08/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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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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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oi, Jun 2008 / Photo by Jeongmin Bae


짧게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다녀왔다.
캄보디아에서는 앙코르와트를, 베트남에서는 하롱베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정작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일 달러(one dollar가 아닌!)'를 외치며 나를 쫒아다니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월드비전에 베트남과 캄보디아 아이에 대한 후원 신청을 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Posted by 배추돌이

2008/06/13 21:58 2008/06/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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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쳐들었을 때 한낮 점으로 표현될 뿐인 도시는 그 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어느덧 평면적인 2차원에서 입체적인 3차원의 공간으로 변형된다. 뿐만 아니라 만약 그 도시에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친구나 지인이 살고 있다면, 그 도시는 언제나 마음 속에 살아남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내게 그런 도시였다.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하게 물갈이를 하고 있었다. 무리한 일정이 익숙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음식에 대한 적응력이 약한 한국 남성 특유의(!) 습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공항 국내선 청사를 나오는 순간 나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지중해에 면한 이 해안도시가 가지고 있는 쾌적한 날씨를 두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에 대한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내게 온화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카탈루냐 인의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고 있는 FC바르셀로나와 수도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축구 더비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지역의 대표 도시이고, 언어 역시 카탈루냐 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집단적 정체성은 스페인이 아니라 카탈루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소재로 삼은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에서는 한 여학생이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교수에게 카탈루냐 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강의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교수는 가차없이 그 외국인 학생의 요청을 무시하는데, 그 이유는 이곳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인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의 정체성은 강력하며, 스페인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위상은 이러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적 성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성격을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이 아니라 인도에서였다.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쓰나미 구호 캠프로 달려갔던 2005년 여름, 인도의 한 어촌에서 만났던 스페인 친구 엘레나는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때만 해도 장난이려니 했던 나였으나, 워크캠프 참자 프로필을 적는 란에 그녀가 국가명을 'SPN(스페인의 약자)'이 아니라 'CAT(카탈루냐)'라고 적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게 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이 카탈루냐 인의 도시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스페인으로 출발하기 전에 엘레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둔 상태였고, 다행히 시간이 맞아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날 밤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나오는 첫 마디는 예상대로, 'Welcome to Barcelona and Welcome to Cataluna!'

젊음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 바르셀로나 

엘레나를 만난 시간은 오후 9시가 한참 넘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해 길을 따라나섰다. 스페인에서의 일반적인 식사시간은 오후 8시 이후라고 하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밤 10시 무렵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레스토랑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그런데 이 시간대에 저녁을 먹을만한 식당을 찾는 것 자체가 일이 되고 말았다. 엘레나와 내가 길을 나선 날은 다음날이 휴일인 관계로 레스토랑들에 이미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상황이었던 데다가, 카탈루냐 고유의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하는 엘레나의 의사와는 달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로코, 이란, 파키스탄, 인도, 팔레스타인 등 지역도 다양한 중동 음식점들 혹은 피자나 스파게티 집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골목골목 들어서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들을 드나든 지 한 시간이 지날 무렵 겨우겨우 비어있는 곳을 찾아서 들어가게 되었다.

오랫만에 만났으니 수다가 그치질 않는다. 어쩌면 인도의 한 어촌에서 우연히 만났던 우리가 다시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게 될 수 있었을까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 전세계 20대 젊은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인 직장과 취업, 향후 진로 문제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나중에는 엘레나의 친구들까지 합세하게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울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호텔에 들어왔던 시간이 새벽 세 시 쯤이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그 시간까지 버스가 지나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밤을 사랑하는 스페인 사람들 다운 대중교통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바르셀로나에서 머문 시간은 정말로 짧았지만, 그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질 정도로 바르셀로나는 멋진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가우디의 멋진 건축물들이나 몬주익 언덕에서 바라보는 석양 역시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었지만, 그것보다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그 도시에서 매일 아침을 맞고 하루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시'라는 명사가 삭막하고, 메마르고, 차갑다고 느낀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우리가 배운 것처럼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그렇게 일반화된 비판을 받을 만큼 도시는 차가운 곳이 아니다. 가슴이 뜨거운 이들이 몰려 있는 곳, 수많은 꿈과 열정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도시이다. 전 세계의 도시들을 발로 밟으며 그 열정들을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의 시작은 다름아닌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가 있는 곳, 바르셀로나에서부터였다.

Posted by 배추돌이

2008/01/06 22:43 2008/01/0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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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뀌게 되오. /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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