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iCon 뉴욕
배추 그리고 영혜와 함께 걷는 뉴욕 (4)
10월 6일(월)
오늘의 경로: 브로드웨이 42번가 - 록펠러 센터 - NBC 스튜디오(투어) - 라디오시티 극장 (투어) - 5번가 - MoMA - 애플스토어 - 엠파이어스테이트 전망대
아침일찍 나가서 하루종일 걸어다니다 숙소에 들어오면 뻗어 자다보니 실시간 연재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나마 오늘은 조금 여유있게 돌아다녀 그런지 체력이 좀 남아서 정리하는 마음으로 써보려 합니다.

Do you love NY?
여행을 계획한 이래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뉴욕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지 뉴욕' 같은 실용 여행서나 이런저런 여행기도 읽어보았지만,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뉴욕 미술과 건축, 문화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게 되더군요. 이번 여행 때 가져온 유일한 책 역시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의 '뉴욕미술' 책입니다. 그만큼 한국에 소개된 뉴욕의 이미지는 문화, 그것도 19세기 이후의 근대 대중문화와 밀접하게 연결지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이주헌씨는 이렇게까지 말하더군요. '뉴욕과 파리는 근대문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만 하는 곳이다!' (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

오전의 브로드웨이, M&M과 Hershey's가 나란히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하철 42번가 역에서 내려 위로 올라가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정신없는 네온사인 간판들이 오히려 다른 미국의 거리들보다 한국과 더욱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밤도 아닌 대낮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미술관 투어에 사용할 뉴욕 패스를 사기 위해서입니다.

타임스퀘어 앞 - 삼성 로고가 보인다
42번가 타임스퀘어에는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오기 때문인지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여행자들을 위한 패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안내소에 가서 패스 가격을 물으니 2일권에 자그마치 99$!! 가지고간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것 보다 또 오른 가격입니다. 안타깝게 3일권은 모두 다 팔렸고 2일권만 해도 꽤 비싼 가격이라 2일권으로 결정했습니다.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ㅜ.ㅜ

한낮의 록펠러 센터

한밤의 록펠러 센터
패스를 구입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록펠러 센터(현지인들 발음으로는 롸커펠러 센터)입니다. 다름아니라 이곳에 아톰양이 가장 가고싶어 한 NBC 스튜디오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하철역에서 나와 막 NBC 스튜디오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마침 스튜디오 앞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 명은 유명한 NBC 아나운서이고 한명은 배우인데 자기도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촬영 진행중일 때 양 쪽에서 알바들 써서 길 막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았습니다.

NBC 스튜디오 앞에서 인터뷰중인 사람들

아톰양 서비스 사진 한 장-
촬영현장을 지나쳐 옆으로 가니 NBC Experience Store가 있습니다. 아톰양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한데, 상업방송이라서 그런지 자사 드라마와 TV쇼를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들을 활용한 다양한 팬시상품들을 팔고 있더군요. 히어로즈에 나오는 주인공들 피규어 인형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는 ER에서 나오는 수술복도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TV드라마 시리즈가 갖는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는 생각입니다. 지나친 상품화는 지양해야겠지만, 문화산업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톰양과 같이 나눴습니다. 한국에서도 '미드'들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한류열풍을 전세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NBC Experience Store

매장 내부 -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NBC스튜디오 투어를 예약해두고 나서 록펠러 센터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소방차 위에 높다랗게 미국 국기가 펄럭입니다. 알고보니 오늘 소방서에서 소방안전의 날(Fire Safety Day) 기념 행사를 이곳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뉴욕경찰을 NYPD라고 하는 것과 같이, 소방대원들은 FDNY라고 칭하더군요.

뉴욕 소방서 마스코트는 바둑이?

빨간 소방관 모자도 나눠줍니다-
NBC 스튜디오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았길래 뉴욕 패스로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근처의 라디오시티 극장 백스테이지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하려고 보니 주변에는 온통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OTL 유서깊은 극장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는 없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투어를 따라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극장 내부는 꽤 멋졌습니다. 99년에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했고, 6천 석이나 들어가는 미국 최대의 극장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합니다. 들어갔을 때 내부에서는 저녁에 있을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극장은 우리가 미국적인 것 하면 흔히 떠올리는 Rockette 공연으로 유명한 극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투어 마지막에는 공연단의 일원이 나와서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Radio City Music Hall 가는 길-

공연장 내부

공연장 지하

뭐 이런 집단 댄스로 유명한 곳.. ^^;
극장을 돌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서 어느 새 NBC 스튜디오 투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급히 빠져나와 이번에는 NBC 투어에 동참! 록펠러 센터 내 GE빌딩 안에 있는 NBC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검문검색이 까다로워 들어가는 데 시간이 좀 오래걸렸습니다. (벨트도 풀어야 하고..) 투어에 참여하면 조정실을 보고, 직접 모형 스튜디오 안에서 뉴스 진행과 기상 캐스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체가 다 하는 건 아니고 20여명 쯤 되는 투어 참가자 중 두 명을 뽑아서 진행하지요. 사진도 찍는데, 나중에 투어 마치고 돈 내고 사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퀄리티에 비해 살 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방송국도 이런 투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공유했지만, 그때는 NBC투어보다는 솔직히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우측 빨간색 차양있는 건물이 5번가 까르띠에 매장
이제는 오늘의 메인(!) 코스인 MoMA(Museum of Modern Art, 뉴욕근대미술관) 관람입니다. 오래 걸어 주린 배를 스타벅스에서 간단한 요기로 때우고 MoMA에 들어갔습니다. 피카소, 미로, 세잔,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에서부터 워홀, 폴록, 리히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그야말로 시장 좌판처럼 널려있더군요. 미술애호가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이곳 MoMA입니다. 전체 6개 층 중에 4층과 5층에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고, 3층에서는 사진전등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찾아가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MoMA가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고흐 특별전은 뉴욕패스 티켓으로 볼 수 없어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4, 5층에 있는 고흐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티켓 값은 뽑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MoMA

몬드리안

미로

칸딘스키

세잔

피카소

워홀

리히텐슈타인

& 아톰...?
나갈 때쯤 되어서 보니 2층 고흐 특별전 옆에서 만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조명을 한껏 멋부려 쓴 만찬장이 꽤나 멋졌습니다. 3층 사진전에서도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 MoMA에서 이런 사진전을 하는 작가나, 특별전 만찬에 초청받는 명사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꿈과 다름없을텐데 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지 괜히 한 번 궁금해집니다.

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고흐 특별전 기념 만찬 준비?

뒤에 대충 서있는 게 로댕의 발자크-

3층의 사진 특별전
MoMA는 뉴욕의 중심가인 5번가에 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관람을 마친 후 위로 방향을 틀어 5번가 시작점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가 보기로 했지요. 투명한 정사각형 유리 안에 있는 애플스토어에는 MoMA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더군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였습니다. 색색의 iPod과 다양한 제품들을 체험하고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인해 절로 '나도 하나 살까?'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무서운 지름신의 안마당이더군요. 덕분에 저도 스피커 하나를 구매할까 말까 깊은 고민을 하다가 겨우 지름신을 이기고 걸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애플, 그리고 잡스의 혁신적인 상상력이 상거래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5번가 애플스토어(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iPod 광고, 예술작품이나 다름없다는-

지름신과 싸우는 아톰
밥먹는 것도 잊고 5번가를 걸어내려오다가 결국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겨우 도착한 곳은 오늘 여정의 마지막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생각보다 줄은 길지 않았으나, 86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더군요.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밖에 나오니 멋진 맨해튼의 야경이 펼쳐졌습니다. 추워서 얼마 못보고 들어와야 했지만, 지금까지 봤던 도시의 야경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풍경이었습니다. 왜 수많은 영화에서 이 곳이 마지막 프로포즈의 공간으로 그려졌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현장에 와 봐야 한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야경을 끝으로 4일째 여행은 끝을 맺었습니다. 짧게나마 오늘 느꼈던 것을 정리하자면, 19세기 유럽의 문화적 상상력을 들여오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던 미국이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확립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미드'와 'iPod'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귀결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러한 상상력이 애플스토어에서 보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아무리 금융위기가 오고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이와 같은 상상력의 첨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꽤나 세계적인 지도력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부분이 바로, 우리가 배워가야 할 부분이겠지요? 미국이 유럽에 대해 그랬듯 말이죠. (결론이 너무 상투적인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졸려서 이만 ㅋ)
* 참고로 5일차는 다음과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 구겐하임 미술관 - 렉싱턴 애비뉴 - 브로드웨이 '위키드'공연
Posted by 배추돌이